삶 속에 잠깐 스쳐가는 말씀 한 조각

말씀 한 조각 만으로도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 삶의 모습

천상병 시인, 『귀천』

아리마대 사람 2020. 6. 12. 18:30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소풍이다. 즐거운, 그저 즐겁기만 한 소풍.
고된 세상을 사는 것이 무슨 소풍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생각해보면...
하나님께서 만들어주신 육신을 입고 태어나
하나님께서 만들어주신 자연과 사회 속에서
사람으로서 희노애락의 다양한 경험을 누리며 살아가는 경험
소풍이라고 칭해도 어색하지가 않다.
돌아갈 곳을 잊지않고 이 세상을 살며
나를 반겨주실 분의 품을 잊지않고 살다가
마침내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숨을 거두어 들이면서
지나간 시간들에 감사하면서
지나간 삶을 아름답게 느끼고
그곳으로 돌아간다면
그품으로 돌아간다면
즐거운 소풍을 잘 마치고
선생님, 친구들과 헤어져
제 집에 무사히 도착해서
부모의 품에 안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세상살이가 실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