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 잠깐 스쳐가는 말씀 한 조각

말씀 한 조각 만으로도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 삶의 모습

스며드는 것에 대한 여유

아리마대 사람 2020. 8. 11. 21:21

어릴 적 '웃으면 복이와요'나 '고전유머극장' 등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가족들에게 유언을 남기고 난 후 임종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서영춘씨나 구봉서씨 같은 분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꼴까닥' 소리를 내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죽는 그런 장면에서 사람들은 모두 깔깔 웃곤 했다.

조금 더 자란 후 보게 된 리쎌웨픈, 다이하드 등의 허리우드 액션영화에서 주인공은 한쪽 눈가에 멍이 든 채로 악당들의 총구 앞에서도 끝까지 악당들에게 재치있는 농담을 건네며 웃곤 했다.

 

 

그런 장면들이 무척 인상깊었고, 그래서 영화 전체의 내용보다 그런 장면들이 머리에 남아 있다.

그저 '코미디니까...' 또는 '영화니까...' 라고 넘길 수도 있지만, 죽음 앞에서 어떻게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궁금했고, 또한 나도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스며드는 죽음 앞에서도 지닐 수 있는 여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혹시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큰 사람들이라는 설정이 아니었을까?

(요한복음 11:25-26)
25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26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바울 사도도 삶을 달리기와 같이 생각하고 죽음을 결승선과 같이 여기며, 오직 완주할 것만을 바라보고 집중하며 기뻐했다.

(사도행전 20:24)
24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디모데후서4:6-8)
6 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도다
7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8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

 

베드로 사도도 가까이 다가온 죽음과 그 이후까지도 헤아리며 예수님의 지시를 마치고자 했다. 

(베드로후서 1:13-15)
13 내가 이 장막에 있을 동안에 너희를 일깨워 생각나게 함이 옳은 줄로 여기노니
14 이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게 지시하신 것 같이 나도 나의 장막을 벗어날 것이 임박한 줄을 앎이라
15 내가 힘써 너희로 하여금 내가 떠난 후에라도 어느 때나 이런 것을 생각나게 하려 하노라

 

스며드는 죽음을 보면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또 두려워하지 않게 다독이는 여유를 지닐 수 있는 비결...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