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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배에 관한 질문과 답변」

Q20. '묵찬기찬설기찬축찬'의 예배 순서는 언제 생겼났나요?

아리마대 사람 2022. 11. 7. 11:46

▒ 오늘날 대부분의 한국교회에서 행해지는 예배 형식은 언제 어디에서 유래된 것인가요? 이 예배 형식은 초대교회의 예배 형식과같은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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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드리고 있는 예배 형태는 소위 '묵찬기찬설기찬축찬'으로 요약됩니다. 즉, '묵도-찬송-기도-찬송-설교-기도-찬송-축도-찬송'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예배의 형태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또 이 예배 형태는 올바른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예배 형식은 19세기 미국에서 생겨났습니다. 청교도들은 신대륙 아메리카로 이주한 뒤 보스톤을 중심으로 한 미국 동부 연안에 정착하여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19세기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금광 채굴사업이 활발히 진행되자, 사람들은 금을 찾아서 서부로 서부로 이동해 갔습니다. 물론 이러한 이주 과정은 매우 험난한 것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동부에서 서부로 건너가자면 로키 산맥과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어가야 하는데, 이는 오늘날 비행기로 간다해도 6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입니다. 당시로는 아마도 여러 달이 걸리는 대여행이었으리라 짐작됩니다. 이렇게 먼 길을 떠나 서부로 온 사람들은 금광에 취직해서 돈을 벌었는데, 그 돈으로 사치와 향략을 일삼았고, 자연히 신앙적으로 타락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교회도, 목사도 없었기 때문에 교회에 가려고 해도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에 교회 지도자들이 택한 방법이 바로 '천막집회'였습니다. 그들은 대규모 천막집회를 열고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 집회 기간 동안 사람들을 회심시키고 신앙적으로 결단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여기에서 탄생한 것이 소위 '3부 구조'라는 집회 형식입니다. 1부는 열정적으로 찬송를 부르는 순서입니다. 찬송은 한 시간씩 계속되었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의 마음 문을 열기 위한 전초 작업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메인 코스인 설교 순서입니다. 무디나 찰스 피니 같은 사람들이 모두 이 때에 명성을 날린 설교가들입니다. 이들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천국이냐 지옥이냐', '구원이냐 멸망이냐'와 같은 이분법적인 방식으로 복음을 선포했습니다. 마지막은 '초청' 단계입니다. 강력한 복음적 메시지를 선포한 뒤에 곧바로 '지금 결단하라.'고 촉구함으로써 집회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집회를 통해 수많은 회심자들이 배출되었습니다. 이 집회 방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한국교회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경배와 찬양' 형태의 예배도 이에 속합니다. 경배와 찬양 형식은 전반부에 한참동안 열정적으로 찬양을 한 뒤에, 기도나 새신자 환영 등 한두 가지의 순서를 거쳐 곧바로 설교로 들어가고, 설교 뒤에는 통성기도를 하거나 축도로 예배를 마칩니다. 이러한 형식은 맨 마지막에 초청 순서 대신 축도가 온다는 것 외에는 19세기의 천막집회와 거의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닮아 있습니다.
19세기 당시 미국에서 유행한 주일낮예배 형식은 소위 '찬송 샌드위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형식은 천막 집회의 3부 구조로부터 온 것입니다. 1부는 준비 단계로서 찬송, 사도신경, 기도, 주기도문, 성경봉독 등이 이루어지고, 2부는 메인 코스로서 설교가 행해지며, 3부는 결실 단계로서 초청이 이루어집니다. 이들 각각의 요소 사이 사이에 찬송이 들어가기 때문에 찬송 샌드위치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예배에서 설교 앞에 오는 모든 순서는 설교를 위한 하나의 '준비 단계'로 인식되며, 예배의 맨 끝에 오는 설교가 메인 코스로 받아들여집니다. 마지막 순서는 초청 대신 축도로 대치되었습니다. 한국교회의 예배가 얼마만큼 19세기 미국의 예배와 닮았는지는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1905년 미국 『감리교찬송가』에 나타난 주일낮예배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오르간 주악, 찬송, 사도신경, 기도, 주기도문, 성가(성가대), 구약성경 봉독, 송영, 신약성경 봉독, 광고, 헌금, 찬송, 설교, 초청. 이 순서는 구약과 신약, 이렇게 두 곳의 성경을 읽는다는 것만 빼고는 오늘날 한국 어느 교회의 예배 순서와 비교해도 구별할 수 없으리만큼 정확히 닮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2,000년 기독교 역사에서 생겨난 수많은 예배 전통 가운데 유독 19세기 미국에서 생겨난 예배 형태를 띠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한국교회가 19세기 미국의 선교사들로부터 복음과 함께 예배 형식도 전해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해준 미국의 선교사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예배 형식을 우리에게 전해주었고, 한국교회는 그것이 마치 '유일하고 절대적인' 예배 형식인 양 지켜온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미국교회들은 19세기의 예배 형식을 버리고 다시 '회복된 예배 형식'을 위하고 있습니다. 회복된 예배 형식이란 초대교회 예배의 의미와 영성을 되찾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예배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성만찬을 매주 예배의 정규 순서로 회복시키며, 성경을 두 곳 내지 세 곳 읽고, 교회력과 성서정과(매주일 예배에서 읽을 성경 본문을 정해놓은 책입니다.)를 지키는 것입니다. 차제에 한국교회도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을 반영하여 성경시대를 살았던 초대교회 공동체의 예배와 가까운 예배를 드리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