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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배에 관한 질문과 답변」

Q21. 새벽기도회는 언제부터 생겼나요?

아리마대 사람 2022. 11. 7. 13:47

▒ 외국의 교회에는 새벽기도회가 없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새벽기도회는 한국교회에만 있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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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볼 때 기독교에는 두 가지 종류의 공예배 의식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주일예배이고, 또 하나는 성무일과(daily office)입니다. 주일예배는 죽음을 이기고 무덤에서 일어나사 부활하신 주님을 기억하고 경축하기 위해, 주님이 부활하신 날에 드리는 예배입니다. 반면에 성무일과는 매일 드리는 기도회로서, 말 그대로 '매일매일 거행하는 거룩한 일'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기독교가 유대교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본래 유대인들에게는 성전이나 회당에서 매일 아침과 저녁에 기도회로 모이는 오랜 전통이 있었고, 이러한 기도는 개인적으로 행해졌습니다.
최초의 그리스도인들은 기도회 모임을 가정에서 가졌습니다. 딱히 공개적인 모임을 가질 만한 장소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기도도 권장되었지만 함께 모여서 하는 기도가 규범적인 기도의 형식이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디다케』에는 당시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루에 세 번 주기도문으로 기도하라는 권면이 나옵니다. 이는 "쉬지 말고 기도하라"(살전 5:17)는 말씀과 "저녁과 아침과 정오에"(시 55:17) 하나님께 기도하라는 말씀과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하루에 세 번 기도한 다니엘은 이에 대한 모범이 됩니다. 초대교회의 교부들도 이러한 예를 들면서 성도들에게 하루에 세 번 기도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로마의 박해가 끝났을 때 기도회는 두 가지 전통으로 발전했는데, 하나는 교구교회에서 모이는 기도회로서 찬송과 응답을 통해 회중의 참여가 강조되는 기도회고, 다른 하나는 수도원 전통으로서 주로 수도사들과 성직자들이 참여하며, 보다 복잡한 음악을 사용하고, 하루에도 여러 번 보이는 기도회 전통입니다. 4세기에 기록된 『사도규약』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매일 아침 저녁 주의 집에 모여서 시편을 노래하고 기도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편 6세기 베네틱트 수도원에서는 하루에 여덟 번 모이는 기도회 전통이 확립되었습니다. 이처럼 하루에 두 번 모이는 교구교회의 모델과 하루에 여러 번 모이는 수도원 전통 중에서 교구교회의 방식이 더 지배적인 전통으로 확립된 것은 중세기 때부터입니다. 종교개혁자들은 회중이 매일 참여하는 성무일과를 되살리려고 애썼습니다. 아침과 저녁의 기도회가 표준이 되었고, 회중에게 시편송과 다른 성구송들을 부르도록 했습니다. 성경봉독은 한 번에 한 장을 읽는 방식으로 하였고, 설교가 덧붙여졌습니다. 아침과 저녁으로 가족이 모여서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가정의 매일기도회도 장려되었습니다. 또 매일기도회는 목사 후보자를 위한 훈련으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성무일과는 지금도 전통을 중시하는 동방교회나 로마 가톨릭, 루터교나 성공회 등에서 여전히 지켜지고 있습니다만, 근대 개신교회에서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한국교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새벽기도회가 성무일과의 전통으로부터 계승된 것은 아닙니다. 한국교회가 처음부터 매일 거행하는 아침과 저녁 기도회를 지켜온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새벽기도회는 매일하는 아침기도회이기는 하지만 예배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에서 독창적으로 생겨난 전통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의 새벽기도회는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일까요? 장로회신학대학교의 김경진 박사는 그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한국교회의 새벽기도회는 평양대부흥운동 떄 길선주 목사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한진환 박사는 도교나 불교, 샤머니즘 등의 동양 종교에 영향을 받은 아시아 사람들이 새벽에 치성을 들는 관습에 매우 익숙해 있기 때문에,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이러한 관습을 받아들여 새벽기도회로 발전시킨 것은 매우 자연스런 일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새벽기도회가 사라지지 않고 한국교회에 정착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도 새벽기도가 한국인들의 심성과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신기한 것은 이 새벽기도회가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교회의 성무일과 전통과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새벽기도회야말로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에 내놓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전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벽기도회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매일의 삶의 한 가운데서 찬양과 간구를 통해 하나님과 동행하기 때문입니다. 매일매일 새롭게 주어지는 하루, 새로운 태양, 해야 할 일들, 이 모든 것으로 인해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그에 대한 응답을 받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며 은총의 통로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매일매일 드리는 기도는 주일날 예배에서 드리는 기도의 저수지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매일기도회는 주일예배를 풍성하게 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주일예배의 기도에 인격적으로 깊이 있게 참여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므로 매일기도회와 주일예배는 서로 상보적인 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차제에 한국교회가 새벽기도회와 더불어 저녁기도회를 도입함으로써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와 찬양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고 끝마치면 어떨까 하고 제안해 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오랜 교회의 전통이며, 세계교회와 호흡을 같이 하는 방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