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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배에 관한 질문과 답변」

Q22. 주일저녁(오후)예배는 왜 드려야 하나요?

아리마대 사람 2022. 11. 7. 20:32

▒ 주일저녁예배를 주일오후예배로 바꾸는 교회가 있는 반면, 그것은 사람을 위한 편의주의적 발상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주일저녁예배가 오후예배보다 더 성경적인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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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저녁예배는 우리나라에서 생겨났습니다. 기독교 전통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 예배는 초기 한국교회에서 선교사들이 구령의 열정에 불타 주일에 거의 하루 종일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 예배와 교육에 치중하던 상황에서 생겨났습니다.
당시 선교사들은 어느 지역에 가면 한 집을 정해 사랑방을 개방하여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신앙을 가르쳐주며, 함께 예배를 드리는 방식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때에 주일이 되면 아침에 예배를 드리고, 예배 후에는 마을을 돌며 전도를 했고, 저녁이 되면 돌아와 다시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때 아침예배와 저녁예배를 분명히 구분했는데, 선교사들이 내건 구호는 "아침에는 '예배'(worship), 저녁에는 '집회'(service)"였습니다.
당시 주일에는 대략 다음의 일들이 행해졌습니다. 즉 비형식적인 성경공부, 공식적인 주일예배, 주일 오후에 열리는 초신자 교리공부 모임, 주일 오후에 하는 전도 활동이 끝나고 저녁에 모이는 예배 등입니다. 1891년에 행해진 보고를 보면, 당시 새문안교회는 주일예배를 오전 9시 30분에 드렸으며, 예배 후에는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 그곳에서 주일학교와 자녁예배를 드렸다고 합니다.
이렇듯 주일에 하루 종일 예배와 교회 생활을 함으로써 선교사들은 물론 직원들과 성도들이 피곤하게 되자, 클라크 선교사는 주일저녁예배에 대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설교자는 자신의 설교의 길이를 제한해야 한다. 둘째, 교회는 찬양예배를 저녁에 드린다. 저녁 찬양예배는 통상 30분 간의 찬양과 20분 간의 설교로 이루어진다. 찬양은 남성들의 찬양, 여성들의 찬양, 어린이들의 찬양, 성가대의 찬양, 이중창, 독창 등 다양한 형태로 드리는 것이 좋다. 정리하자면, 주일저녁예배는 이렇듯 초기 한국교회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생겨나서 점차 한국교회의 전통으로 굳어지게 된 것입니다.
최근 많은 교회들이 주일저녁예배를 오후예배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는 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해 성도들이 교회로부터 먼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오전예배를 드리고 집에 갔다가 다시 저녁에 모이는 것이 불편하여 저녁예배의 출석률이 감소하게 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나 주일저녁예배라는 것 자체가 성경에 명시되거나 교회의 전통에 굳게 자리 잡아 내려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배 시간대를 조정하는 것이 성경에 위배된다거나 지나친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주일저녁예배를 없애자고 하거나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주일저녁예배는 한국교회에서 생겨난 좋은 전통이고, 또 '모이기를 힘쓰라'는 성경의 말씀과도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너희가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이면 나도 그곳에 함께 하겠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들이 당신의 집인 교회에서 주일날 함께 거하는 것을 보시고 매우 기뻐하실 것입니다.
예배학적 관점에서 볼 때, 초기 선교사들의 구호대로 주일 오전에는 성경적·신학적으로 충실한 예배를 드리고, 주일 저녁이나 오후에는 자유로운 형식의 집회를 함으로써 예배는 예배답게 하고, 집회는 그 목적에 맞도록 자유롭고 풍성하게 거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주일오후예배야말로 교회가 지역사회에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오전에는 경건하게 예배를 드리고, 오후에는 일종의 '열린 예배'를 드리면 어떨까요? 사실 주일오후예배는 격식을 갖출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교회 주변의 사람들을 초청하고, 건강강좌나 오락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기성세대와 호흡이 통하는 크리스천 가수들을 초대해서 주민들과 복음송 및 건전한 대중가요들을 함께 부르는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시골교회는 동네 사람들을 모두 초청하여 교회 앞마당에서 잔치를 할 수도 있습니다. 도시교회는 명절 같은 특별한 날,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잔치를 여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특히 교회 건물과 인접해서 사는 이웃들을 초청해, 선물을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지역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주일오후예배의 활용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일낮예배에 참석했던 회중이 다시 모여서 주일낮예배와 비슷한 예배 형식으로 예배할 때에 그 예배는 지루하고 가급적 피하고 싶은 '짐'이 되는 예배가 되고 말 것입니다. 주일오후예배의 참석율이 낮예배의 참석율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일오후예배를 획기적으로 차별화해서 전도의 기회, 지역사회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기회, 주일날 하나님의 집에서 거하는 기쁨을 맛보는 기회로 삼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