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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배에 관한 질문과 답변」

Q23.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등도 모두 공예배인가요?

아리마대 사람 2022. 11. 7. 21:15

▒ 한국교회는 주중에도 몇 번씩 예배를 드립니다. 예배를 많이 드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꼭 이렇게 자주 예배를 드려야 하는 것인지요?

▒ 수요예배는 한국교회에만 있나요? 만약에 다른 나라에는 없다면, 어떻게 한국교회만 드리게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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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수요기도회와 금요기도회는 참 흥미로운 연구 주제입니다. 초대교회가 수요일이나 금요일에 예배 또는 기도회를 위해 모였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다만, 기원후 100년경에 기록된 『디다케』에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의 금식이 위선자들과 같아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둘째 날과 다섯째 날에 금식하나, 여러분은 네째 날과 여섯째 날에 금식하십시오.

누가복음 18:12를 보면, 당시의 유대인들은 일주일에 두 번 금식했는데, 그 날짜가 바로 둘째 날(월요일)과 다섯째 날(목요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독교 공동체는 유대교와의 차별화를 위해 네째 날(수요일)과 여섯째 날(금요일)에 금식을 했습니다. 왜 둘째 날(월요일)과 다섯째 날(목요일)이 아닌 네째 날(수요일)과 여섯째 날(금요일)에 금식했을까요? 금요일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날이며, 수요일은 사탄이 가룟 유다의 마음속에 예수님을 팔 생각을 집어넣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1세기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의 수난과 관련된 수요일과 금요일에 금식을 함으로써 개인적인 경건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특별히 수요일과 금요일에 집회를 가졌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19세기 미국 감리교회에서 주중에 저녁기도회를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감리교회들은 주일 오전에는 좀 더 형식을 갖춘, 그러면서도 성경을 많이 읽는 예배를 드렸고, 주중의 저녁기도회는 찬송, 간증, 기도 등에 더 많이 치중하는 식으로 모임을 가졌습니다.
미국 선교사들로부터 복음을 접한 한국교회가 수요일에 기도회를 하게 된 것은 이러한 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교회가 수요기도회를 시작한 것은 1891년이라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선교사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우리나라에 발을 디딘 지 불과 7년 만의 일입니다. 당시의 수요기도모임은 지극히 단순했습니다. 그저 성경을 봉독하고, 기도하고, 함께 찬양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처음 이 모임이 '수요기도회'로 불리게 된 이유는 이 모임에서 기도가 강조되었기 때문입니다.
금요기도회도 예배의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한국교회의 독창적인 집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처음부터 금요기도회를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에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금요철야기도회를 시작한 뒤로 다른 교회들이 이를 따라 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한국교회에 하나의 집회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굳이 수요기도회와 금요기도회를 기독교의 전통으로 연결시켜 보자면, 이것들 역시 성무일과의 성격이 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종교개혁자 츠빙글리는 취리히에서 매일 성무일과를 시작했고, 마르틴 부처도 스트라스부르에서 교구교회의 성무일과를 발달시켰습니다. 마르틴 루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매일 성무일과를 회복할 것을 주문하며 성경봉독, 시편, 성구송, 찬송, 주기도문, 짧은 기도, 신앙고백, 그리고 설교로 이어지는 매일기도회의 형식을 제안했습니다. 19세기 미국의 선교사들이 한국에 복음을 전해줄 당시에는 미국교회들이 매일 성무일과를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우리 한국교회가 성무일과를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만, 오늘날 루터교회나 성공회 등 일부 개신교회들은 여전히 매일 성무일과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도 이러한 전통을 회복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수요일과 금요일의 기도 모임이 '공예배'냐 아니냐의 문제는 신학적인 차원보다는 실천적인 차원애서 접근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공예배가 무엇이냐 하는 신학적 관심보다는 우리가 이 모임에 꼭 참석해야만 하느냐에 더 관심이 쏠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는 각 교단이 이를 어떻게 정하느냐의 문제로 귀착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헌법 제24조에서 주일낮예배, 주일밤(저녁)예배, 그리고 수요일밤(오후)예배를 공예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신앙의 선배들은 매우 열심이 있어서 세계교회로부터 배우지도 않은 기도회의 전통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실로 자랑스러운 일이며 우리도 신앙의 선배들의 이러한 열심을 본받아야 하겠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수요일이나 금요일의 기도회가 주일예배의 모임과 그 형식과 내용이 서로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수요일과 금요일의 기도회를 '약식 주일예배'가 아닌 차별화된 방식으로 바꾸고, 기도회의 내용 및 초점에 관해서는 두 날 모두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과 관련되어 있음을 고려하여, 우리의 소원만을 빌기보단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을 깊이 묵상하는 시간과 '거기에 우리도 동참하게 하소서.'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면 어떨까 합니다. 이렇게 할 때에 '나 중심'의 기도보다 '그리스도 중심'의 기도를 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