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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배에 관한 질문과 답변」

Q42. 예배에서 복음송을 불러도 되나요?

아리마대 사람 2022. 12. 23. 23:30

▒ 어떤 교회는 예배에서 복음송을 부르는데, 또 어떤 교회는 예배에서 복음송을 부르면 안 된다고 합니다. 어느 것이 옳은 것인가요?

 

▒ CCM은 그 권위에 있어서 찬송가보다 못한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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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많은 교회들이 예배에서 복음송을 부르지만 아직도 이 점에 대해 개운치 않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오직 '찬송가' 안에 있는 노래만 불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하면 예배 시간 내내 복음송 위주로 찬송을 부르는 교회도 있습니다. 복음송이 더 은혜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연 어느 것이 올바른 태도일까요?
이것은 단순히 음악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예배 차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복음송은 주로 19-20세기에 영국과 미국에서 생겨난 찬송으로서 당시에는 '영가(spiritual songs)' 또는 '복음가(Gospel songs)' 등으로 불렸습니다. 당시 유명한 찬송가 작사 · 작곡자들로는 『찬송과 영가집』 등을 출판한 아이작 와츠와 총 6,500여 편의 찬송을 작사한 찰스 웨슬리, 5,000만 부 이상이 팔린 『복음찬송』의 저자 아이라 생키와 8,000여 편의 복음송을 작사한 시각장애인 화니 크로스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 전의 찬송들은 주로 성경 본문에서 가사를 따와 내용이 한정되었던 반면, 이 복음송들은 성도 개개인의 신앙 체험이나 구원에 대한 간증을 단순한 곡조로 표현했기 때문에 따라 부르기가 쉬웠고, 그래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이 복음송들은 지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했기 때문에 당시에 유행하던 대부흥운동에 운집한 회중이 쉽게 복음을 받아들이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톡톡히 담당했습니다.
19세기 미국과 캐나다의 선교사들을 통해 복음을 전수받은 한국교회가 복음과 함께 이 복음송들을 물려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사용하던 통일 찬송가에는 총 558곡의 찬송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의 전도집회에서 널리 불리던 복음송이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줍니다. 실로 이 복음송들이 한국교회 찬송의 주류를 이루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서두에서 제기된 질문은 자연스럽게 해결이 됩니다. 예배에서 찬송가 책에 있는 것만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곧 19-20세기의 복음송은 되지만 21세기의 복음송은 안 되며, 미국과 영국의 복음송은 되지만 한국의 복음송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그러므로 찬송가 책 안에 들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복음송을 예배에서 제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19세기의 복음송을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복음송이 찬송가 책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찬송의 내용이 성경적이고 복음적인가 하는 것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지 찬송가 책에 들어 있느냐 아니냐가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찬송가 442장(통 499장)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 장미꽃 위에 이슬 아직 맺혀 있는 그때에 귀에 은은히 소리 들리니 주 음성 분명하다 주님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종교사회학자 텍스 샘플은 이 찬송이 예배에서 부르기에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찬송은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현실도피적이며, 극도로 개인주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찬송가 9장(통 53장)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늘에 가득 찬 영광의 하나님 온 땅에 충만한 존귀하신 하나님 생명과 빛으로 지혜와 권능으로 언제나 우리를 지키시는 하나님 성부와 성자와 성령 삼위의 하나님 우리 예배를 받아주시옵소서

이 찬송은 객관적인 하나님의 영광과 성품을 이야기하며, 1인친 복수대명사를 사용함으로써 예배의 공동체성을 표현하고, '받아주시옵소서'라는 존칭형 어미를 사용함으로써 예배의 수납자가 하나님이심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예배에 적절한 찬송입니다.
대체로 찬송가는 하나님의 속성과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행하신 그분의 전능하신 행위를 객관적 사실로써 말하는 반면, 복음송은 성도 개인의 신앙 경험이나 깨달은 바 은혜를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말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복음송에는 1인칭 단수대명사가 많이 사용되며, 대체로 단순한 가사와 곡조가 반복되어 배우기도 쉽고 부르기도 쉽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찬송가들을 보면 이러한 구분이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찬송가에도 옛날 복음송들이 많이 들어와 있고, 복음송에도 찬송가 못지않은 가사를 지닌 곡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배에 사용하기에 적합한 찬송이 어떤 것인지 분별할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