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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배에 관한 질문과 답변」

Q44. 성가대 좌석의 정확한 위치는 어디인가요?

아리마대 사람 2022. 12. 24. 15:14

▒ 성가대석이 강대상 뒤쪽에 위치해 회중을 마주하고 있는 교회를 본 적이 있습니다. 성당에는 성가대석이 보통 2층 뒤쪽에 위치해 있고요. 성가대의 정확한 자리는 어디인가요?

 

▒ 성가대는 구별된 사람들로서 구약의 레위 지파에서 유래했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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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대는 구약성경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편은 당시 백성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서로 교창한 것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구약의 이야기일 뿐, 예수 그리스도 이후 초기 기독교에는 성가대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유대교로부터 분리된 기독교가, 그것도 로마의 박해하에서 성가대를 조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안에서 성가대가 최초로 조직된 것은 로마 황제에 의해 기독교가 공인되고 예배가 공적으로 행해지기 시작한 4세기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교회는 유대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음악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따로 구분해서 음악과 관련된 직무를 담당하게 했습니다. 중세시대에는 복잡하고 정교한 음악이 성가대에 의해 연주되었고, 회중은 단순한 후렴구와 쉬운 멜로디를 노래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종교개혁시대에는 성가대의 기능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찬송이 기본적으로 회중에 의해 수행되는 것을 원했습니다. 당시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는 예배가 주로 성가대와 집례자에 의해 행해지고 회중은 단지 거기에 참여했지만, 루터가 주도하는 예배에서는 집례자와 회중이 예배를 수행했습니다. 따라서 성가대의 존재 이유는 회중을 위해서 정교하고 어려운 음악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회중이 찬양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루터는 회중찬송을 만듦으로써 성가를 회중에게 돌려주었고, 칼빈은 회중이 운율시편(회중이 부르기 쉽도록 시편을 음정 형태 또는 찬송 비슷하게 부르는 것입니다.)을 찬송하도록 했습니다. 루터와 칼빈은 회중이 음악을 통해 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 그리고 더 활발히 예배에 참여하도록 격려하고 도와주려고 했습니다. 그들이 이해하는 성가대의 기능은 회중을 대신하여 찬송하는 것이 아니라 회중의 찬송을 이끄는 것이었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모든 회중은 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성가대입니다. 모든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께 나아가서 그분을 찬양합니다. 물론 하나님의 백성들 가운데 특별히 음악적인 재능이 있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타고 난 사람들이 시간과 정성을 더 드려서 연습하고 훈련하여 예배 중에 따로 구별되게 하나님을 찬양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성가대가 회중을 대표하고 대신해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예배의 집례자와 회중 또는 성가대와 회중의 교창 등에서 회중의 찬양을 리드하고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성가대의 역할입니다. 성가대는 결코 회중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가대의 좌석배치에 관해서는 대략 세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 방식은 강단 위에서 회중을 마주하도록 배치하는 것입니다. 이는 중세시대에 많이 활용되던 방식입니다. 6세기부터 16세기까지는 성가대가 주로 사제와 수도사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이들이 강단 위에서 찬양을 담당했지만, 오늘날의 위치와는 달랐습니다. 그러나 현대 교회가 이 방식을 채택할 경우 회중의 시선을 분산시킬 뿐만 아니라 성가대가 회중 앞에서 음악을 '연주'(공연)한다는 유혹에 빠질 염려가 크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러한 배열은 성가대가 누구에게 찬양하는가 하는 개념과 관련하여 '회중에게' 찬양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요즘에는 성가대가 회중석의 앞쪽이나 옆쪽에 앉아 있다가 순서가 될 때 앞으로 나가 회중을 마주하고 서서 찬양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회중에게 찬양을 한다는 개념이나 회중 앞에서 공연을 한다는 의미를 주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두 번째 방식은 회중석 뒤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이는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서 성가대는 주로 2층 뒤편에 위치합니다. 이럴 경우 성가가 예배당 천정을 타고 앞으로 울려나오기 때문에 천상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매우 아름답게 들리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회중의 찬송을 뒤에서 지지해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러나 교창을 할 때에는 서로 얼굴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으며, 성가대와 회중이 하나의 예배 공동체라는 개념을 저해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세 번째 방식은 회중의 한쪽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회중석이 강단을 중심으로 'ㄷ'자로 배열될 경우 강단의 왼쪽이나 오른쪽에 위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경우 회중 앞에서 찬양을 연주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회중과 회중, 회중과 성가대가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계단식으로 좌석을 돋우어 회중의 눈에 잘 띄도록 하는 것은 첫 번째 방식과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이들 중 어떤 것을 택하더라도 성가대는 회중과 가까이에 위치해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회중의 찬양을 도와주고 인도한다는 성가대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으며, 성가대와 회중이 하나님께 예배하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개념을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