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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배에 관한 질문과 답변」

Q43. 성가대 찬양 순서는 꼭 있어야 하나요?

아리마대 사람 2022. 12. 24. 00:11

▒ 성가대 찬양이 성경봉독과 설교 사이에 위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가대 찬양의 의미와 기능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 성가대 찬양의 주제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그날의 설교 주제와 맞아야 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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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대 찬양이라는 예배 순서는 19세기 미국의 천막집회로부터 유래한 것입니다. 당시 천막집회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신앙이 식은 사람들에게 심령의 부흥을 일으키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전도집회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사람들의 기호에 맞게 집회를 디자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신앙과 교회에 대해 흥미가 없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복음을 제시하고 결단을 이끌어내는 것이 집회의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안된 것이 '성가대 찬양'입니다. 성가대원들에게 통일된 가운을 입혀서 계단식으로 돋우어진 앞자리에 앉혔다가 설교 직전에 일어나서 찬양을 하도록 한 것은 이러한 목적을 이루는 데 유용하게 작용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도가 있었습니다. 가운을 입혀서 잘 보이는 앞자리에 앉힌 것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하려는 것이었고, 설교 직전에 찬송을 하게 한 것은 사람들의 심령을 부드럽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게 해야 사람들이 설교를 잘 들을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이는 예배의 본래적 의미로 볼 때 부적절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방식의 성가대 찬양이란 결국 하나님께 드리는 찬송이 아니라 사람들 들으라고 하는 찬송이기 때문입니다. 예배학자 제임스 화이트 박사는 이러한 방식의 성가대 찬양이 최악의 경우,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하나의 '여흥'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성가대의 본래적 기능은 회중이 찬송을 잘할 수 있도록 앞서서 이끄는 것입니다. 찬송 시간에 성가대만 노래하고 회중은 듣기만 한다면 그것은 좋은 방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예배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함께 하나님의 면전에 모여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도도, 찬송도, 감사도, 봉헌도 모두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찬송은 분명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성가대, 즉 회중의 일부만 찬송하고 나머지는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다 함께 찬송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최선의 방식은 성가대와 회중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노래하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예배는 한 시간 내내 성가대와 회중이 노래로 화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렇게만 될 수 있다면 참으로 아름답고 풍부한 예배가 될 것입니다.
만일 지금과 같은 구도에서 성가대가 찬양을 해야 한다면 언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예배의 역사를 볼 때 자비송이나 대영광송, 그리고 삼성송 등은 모두 노래의 가사가 정해져 있고, 따라서 예배의 특정한 순서에 자리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구약성경 봉독 후에 오는 시편송이나 복음서 봉독 전에 오는 알렐루야송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교회에서 하는 성가대의 찬양은 이들 중 어느 것에도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성가대의 찬양은 그날 설교의 주제와 다르게 성가대가 독립적으로 부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9세기 천막집회에서 이 찬송을 '특별찬송'이라고 부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금은 성가대 찬양의 주제를 예배의 주제나 설교의 주제와 맞추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설교자와 지휘가가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설교자는 적어도 한 달 전에 자신의 설교 주제를 지휘자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지휘자가 그에 맞는 찬양곡을 선정하여 대원들에게 연습시킬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설교자와 지휘자가 모두 교회력을 따르는 일입니다. 그러면 일일이 설교 주제를 이야기해주지 않더라도 설교와 성가대 찬양이 일치된 주제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성가대 찬양의 순서도 지금처럼 성경봉독과 설교 사이에 위치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설교 직전에 오는 것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회중의 마음 문을 여는 역할로 작용하며, 이는 성가대의 오용 내지 남용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더욱이 성가대의 찬양을 듣는 동안 회중은 봉독된 성경말씀을 잊어버리게 되어  설교의 효과가 오히려 떨어집니다. 그러므로 성가대의 찬양은 설교가 끝난 직후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에 하면 하나님께서 말씀을 주신 것에 대한 응답의 의미가 있어서 바람직한 위치라고 여겨집니다. 미국 장로교회나 감리교회도 복음서 봉독과 설교 사이에는 아무 것도 넣지 않고 있어 이와 맥락을 같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