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가을이다. 온 몸을 휘감던 더위에 지치고 지친 채로 철푸덕 주저앉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라고 바라던 가을이 왔다. 겨울이 봄꽃을 시샘하듯 여름은 낙엽이 못마땅했는지 그리도 콧김을 내뿜으며 힘들게 하더니만 이젠 더이상 시간의 흐름에 저항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물러간 듯 싶다. 아침 최저기온은 15도 이하, 낮 최고기온은 20도를 살짝 넘는 날씨에 제법 쌀쌀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기다리고 바랬던 가을이 왔다.새해를 맞이할 때는 추위에 몸이 긴장한 탓인지, 혹은 겨울이면 눈을 뭉치고 놀던 기억 때문인지 새해 다짐을 그리도 꾹꾹 눌러담지만... 가을을 맞이할 때는 한 해의 대부분을 보내는 동안 그 다짐이 바랜 탓인지, 혹은 한여름 더위에 시달린 탓인지 그러한 긴장까지는 느끼지 못한 채로 이 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