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이사를 위해 집정리를 하면서 오랫동안 아이들이 읽지 않은 책을 묶해서 재활용품 수집장에 내다 놓았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책을 좀 읽었으면 좋으련만...' 싶지만, 그러나 그런 생각은그저 현실에 발붙이지 못한 부모의 빛바랜 바램에 불과할 뿐, 아이들은 도무지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을 옮겨두고 숨을 돌리면서 잠시 책을 읽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쉽게 생각해보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첫째 이유는 재미가 있고, 또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우선적으로 흥미롭지 않다면 손이 가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떠올릴 수 있는 둘째 이유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읽는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목적의 책으로서 대표적인 것은 교과서나 참고서일 것이다. 지식을 습득하는 데에는 지적 흥미의 충족과 더불어 지적 성취의 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첫쨰 이유와 둘째 이유는 상호 관련성이 크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세째 이유는... 독서의 목적이라기보다는 독서의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인데, 책을 읽음으로써 문장력, 어휘력 등과 같이 표현 능력이 증진되고, 논리력, 이해력, 사고력이 발달된다. 그래서, 글을 읽을 때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나 생각이 깊은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이 권장된다. 이런 글을 좋은 글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네째 이유는... 어릴 적, 학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독서의 이유라고 배웠던 것인데,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삶과 생각을 간접적으로나마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고전 명작이나 위인전이 이러한 책의 대표적인 예인데,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을 통해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하는 삶과 희노애락을 간접적으로 체험함으로써 사람과 인생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더할 수가 있는 것이다.
분명히 책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음이 무척 안타깝게 여겨진다.
그러나, 세상이 바뀐 탓일까...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유튜브를 보는 것으로 책이 대체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만, 유튜브가 책의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을런지, 그것이 염려될 뿐이다.
아무튼, 다양한 삶을 바라봄으로써 사고와 감정의 경험을 넓히는 것은 지금의 내 삶을 바라보는 데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수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아이들은 교과과정에 따라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시험공부를 하는 아이들을 보다가 문득 내가 중, 고등학생이던 시절을 돌이켜 보니... 솔직히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잔소리를 할 만큼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아니었다는 생각과 더불어, 고3 초반 어느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고3이 되고 난후 봄볕이 따사롭던 어느 토요일 한낮, 참을 수 없이 밀려드는 졸음에 겨워 잠이 들었는데... 대입시험장에 앉아서 한 문제도 풀지 못한 채 진땀만 흘리는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 때때로 이건 꿈이야라는 생각으로 여유를 갖곤 했지만, 그 날 그 꿈에서만큼은 꿈이라는 생각을 미처 떠올리지 못할 만큼 여유가 없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땀에 흠뻑 젖은 채였다. 그리고서는 지금까지와 같이 살면 안되겠다는 절실한 생각이 들었고, 이후로 좀 더 집중하며, 좀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하는 데에 쏟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예 포기를 한 상태가 아니라면,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제약조건은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있어서 집중도를 높이고, 효율을 끌어올리게 한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별하여 중요하지 않은 것은 버리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된다. 또한 중요하다고 판단한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내가 해야 할 중요한 일에만 신경을 쏟음으로써 효율을 끌어올리게 된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되도록 발간된 책들의 제목에는 '핵심', '요약', '집중', '쪽집게' 등의 단어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읽음으로써 다양한 삶을 간접 경험했으면...
...배움의 시간이 정해져 있는 만큼 공부를 할 때 집중했으면...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갖게 되는 이런 바램을 나의 부모님도 나에게 갖고 계시지 않았을까...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갖게 되는 이런 바램을 지금도 나에게 갖고 계신 분이 계시지 않을까?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갖게 되는 이런 바램을 자녀들에게만 강요하지 말고, 나 스스로에게 적용해 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삶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삶은 특별한 기회로서 주어진 선물이다.
지구 위의 세상에 태어나서 자라고 배우고 일하고 가정을 꾸리고 희노애락을 경험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과정의 기회...
이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선물...
그런데,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어진 기회이고, 단 한 번만 주어지는 기회...
이 기회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물...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는 크나큰 책임이 따르는 기회...
최근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의학의 발달에 힘입어 사람의 수명이 백이십 년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흥미롭게도 이는 성경에 기록된 창조주 하나님의 말씀과 같다.
(창세기 6:3)
3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나의 영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육신이 됨이라 그러나 그들의 날은 백이십 년이 되리라 하시니라
사람의 수명을 120년으로 생각해서 계산을 해보면, 달력을 기준으로 1,440개월 또는 43,800일이다.
시계를 기준으로는 1,051,200시간 또는 63,072,000분 또는 3,784,320,000초가 된다.
실제로 이만큼의 시간을 다 사용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얼마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을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육체의 한계로 인해 이 시간 중 3분의 1은 잠을 자야 하고, 3분의 1은 생리 작용과 생명유지를 위한 보조활동에 쓰여진다. 정작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내가 살 동안 성경을 몇번이나 읽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내게 주어진 삶이 그리 길지만은 않다는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한정된 시간 동안 시험공부를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의 마음가짐으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별하여 중요한 일에 집중하여 산다면, 그 일에만 신경을 쏟는다면, 삶의 기회는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나 자신의 뿌듯함과 더불어 내게 삶을 선물로 주신 분께 흐뭇함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이다. 바울 사도와 같이.
(디모데후서4:6-8)
6 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도다
7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8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
베드로 사도도 주어진 삶의 끝자락에서까지 시간을 아끼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베드로후서 1:13-15)
13 내가 이 장막에 있을 동안에 너희를 일깨워 생각나게 함이 옳은 줄로 여기노니
14 이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게 지시하신 것 같이 나도 나의 장막을 벗어날 것이 임박한 줄을 앎이라
15 내가 힘써 너희로 하여금 내가 떠난 후에라도 어느 때나 이런 것을 생각나게 하려 하노라
나를 너무나 잘 아시고, 내게 시간을 허락하신 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만큼 살아갈 때 집중했으면...'이라는 바램을 나를 향해 갖고 계시지 않을까?
또한, 한동안 TV에서는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 웰빙 열풍에 발맞춘 프로그램으로 생각된다. 이런 경향은 여전하여 지금도 '맛있는 녀석들'을 비롯한 소위 먹방 프로그램이나, '구해줘 홈즈'처럼 집을 구해주는 프로그램이나, '나는 자연인이다'와 같이 친환경적인 삶에 관한 프로그램 등이 다양하게 방송되고 있다. 형태는 서로 다르지만, 잘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들이 아닐까 싶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잘사는 것의 기준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기준은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의 말씀과 같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으로 이 세상에 오셨기 때문에 사람에 관해 너무나 잘 아시는 지도 모르겠다.
(마태복음 6:25)
25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목숨이 음식보다 중하지 아니하며 몸이 의복보다 중하지 아니하냐
전도서에는 잘사는 것이 무엇인지가 언급되어 있다.
(전도서 3:12)
12 사람들이 사는 동안에 기뻐하며 선을 행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는 줄을 내가 알았고
잘 사는 것을 이와 같이 생각할 까닭은 사람들의 '사는 동안'을 다양하게, 또한 깊이 관찰하고 궁구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잘 살아야 하는 이유는 삶을 마친 후에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히브리서 9:27)
27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
이 평가는 사람이 사는 동안 어떤 행위를 했는가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요한계시록 20:12)
12 또 내가 보니 죽은 자들이 큰 자나 작은 자나 그 보좌 앞에 서 있는데 책들이 펴 있고 또 다른 책이 펴졌으니 곧 생명책이라 죽은 자들이 자기 행위를 따라 책들에 기록된 대로 심판을 받으니
내게 삶을 허락하신 분께서는 '성경말씀을 통해 다양한 삶을 간접 경험하고 내가 주는 삶에 대한 지혜를 얻었으면...'이라는 바램을 나를 향해 갖고 계시지 않을까?
그 이유는 부모가 자녀를 바라볼 때 느끼듯이 나에게는 지혜가 없기 때문이다. 특별한 기회로서 주어진 선물인 삶을 아끼고 잘 살아낼 수 있는 지혜가 없기 때문이다.
(에베소서 5:15-16)
15 그런즉 너희가 어떻게 행할지를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 같이 하지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 같이 하여
16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부모로서 내가 자녀들에게 바라는 것을, 또한 내게 바라시는 분이 계신다.
그 분이 나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내게 삶을 허락하시고 잘 살기를 바라시기 때문에...
그래서, 그분의 말씀을 통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해 보고...
내 삶에 주어진 시간을 생각해 보고...
삶의 마지막에 다다랐던 다른 사람들의 심경도 참고해 보고...
그렇게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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