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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배에 관한 질문과 답변」

Q2. 주일낮예배 대신 저녁(오후)예배를 드려도 되나요?

아리마대 사람 2022. 10. 9. 22:19

주일에 바빠서 오전 '대예배'를 드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에는 새벽예배나 오후예배를 드리는데 왠지 잘못을 저지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과연 주일 오전 '대예배'만이 진정한 예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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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예배는 주일에 드려야 합니다. 그런데 주일 오전 11시에 드리는 예배만이 진정한 주일예배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요즘 일부 대형 교회에서는 주일예배를 여러 번 드리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상당수의 그리스도인들은 '주일 오전 11시'에 드리는 예배를 '대예배'라고 해서 '이 예배를 드려야 진짜 예배드린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신약시대의 교회와 초대교회는 주일예배를 몇 시에 드렸을까요? 교회가 주일 오전 11시에 예배를 드리게 된 것은 과연 언제부터일까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는 먼저 유대인들이 날짜를 어떻게 계산하였는지 그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신약성경이 기록될 당시 유대인들은 저녁 해질 때부터 시작해서 다음날 저녁 해질 때까지를 하루로 계산했습니다. 그러니까 저녁부터 다음날 오후까지가 하루인 셈입니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의 일을 기록한 창세기 1장에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자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둘째 날이니라"하고 반복해서 기록된 것은 이러한 사실을 반영합니다.

이러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여 유대인들은 창조와 구속으로 인한 감사를 야웨 하나님께 드림에 있어서 안식일이 시작되는 시점, 즉 금요일 저녁 해가 지는 시간에 등불을 밝히고 기도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시작되는 일몰 시간에 예배를 드리는 관습은 신약의 교회에도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사도행전 20:7 이하의 기록은 이 사실을 방증하여 줍니다.

 

(사도행전 20:7)
7 그 주간의 첫날에 우리가 떡을 떼려 하여 모였더니 바울이 이튿날 떠나고자 하여 그들에게 강론할새 말을 밤중까지 계속하매

 

이 본문은 바울이 밤늦도록 강론하고 성만찬(마지막 만찬 석상에서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떡을 떼고 잔을 나누는 교회의 의식을 말합니다.)을 함께 나눈 뒤 새벽에 다음 행선지로 떠났다고 말합니다.

 

(사도행전 20:11)
11 올라가 떡을 떼어 먹고 오랫동안 곧 날이 새기까지 이야기하고 떠나니라

 

그렇다면 바울과 그 일행은 주일이 시작되는 시간, 즉 토요일 저녁에 모여서 말씀과 성만찬을 거행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당시 예배가 항상 만찬, 즉 저녁식사를 포함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저녁에 모이는 예배는 점차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모이는 예배로 바뀌었습니다. 이 점에 관해서 힌트가 될 만한 문헌은 『플리니의 편지』입니다.

이 편지는 비두니아 지역의 지방장관이자 비그리스도인이던 플리니가 로마의 황제 트라야누스에게 기원후 112년에 보낸 것인데, 여기에는 그리스도인들의 예배 모임 시간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정된 날이 되면, 그들은 날이 밝기 전에 모여서 그리스도라는 신에게 교창 형식(예배에서 한쪽이 말하거나 노래를 하면 다른 쪽이 그것을 받아 응답하는 형식입니다. 집례자와 회중, 혹은 둘로 나뉜 성가대가 번갈아가며 진행합니다.)의 찬양을 합니다. 그리고 절도, 강도, 간음, 배교 등 일체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서약하며, 기부를 요청 받을 때에 거절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의식을 마친 뒤에 그들은 헤어졌다가 음식을 먹기 위해 다시 모입니다. 그러나 이 식사는 통상적인 것이어서 해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명령에 의거하여 비밀 모임을 금지한다는 칙령을 제가 내린 이후로는 이 모임조차도 그만두었습니다.

 

플리니는 지방장관으로서 로마 황제의 명령에 따라 그리스도인들과 그들의 모임에 관해서 면밀한 조사를 했는데, 그 조사에 따르면  당시의 그리스도인들은 매주 정해진 날(주일)의 새벽과 저녁에 모임을 가졌습니다.

새벽 모임에서는 그리스도께 '교창 형식'의 찬송을 바치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서약을 했는데, 이는 성만찬이 포함된 정규 예배를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절도나 강도나 간음을 하지 않겠다고 서약한 것은 십계명으로 추정되며, 교창 형식의 찬송은 성만찬 예식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헤어졌다가 다시 모였을까요? 그리고 다시 모여서 나눈 식사는 무엇일까요? 헤어진 이유는 아마도 일터(직장)에 가기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는 주일이 공휴일로 지정되기 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의 식사 모임은 성만찬이 아닌 '애찬식'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추정하는 이유는 이 식사 모임이 비밀 모임을 금한다는 로마 황제의 칙령이 발표된 이후 폐지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교회는 기원후 112년경에 이미 토요일 저녁이 아닌 '주일 새벽'에 예배 모임을 가졌으며, 기원후 321년 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일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점차 새벽이 아닌 아침에 예배를 드리게 된 것입니다.

1644년 채택된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주일예배를 오전에 행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있습니다. 18세기에 탄생한 미국감리교회는 주일예배를 오전과 오후에 걸쳐 행했는데 이중에서 오전예배가 좀 더 격식을 갖춘 예배였습니다. 지금처럼 주일 아침과 저녁에 두 번 예배를 드리고 그중 아침 예배를 '대예배'라고 부르게 된 것은 미국에서 정착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오순절교회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주일 대예배가 주일 오전 11시로 확정된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으나, 그 시기가 1960년 이전인 것은 분명하며, 당시만 해도 이는 거의 신성불가침적인 것이었습니다.

현대에는 워낙 사회가 복잡하고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예배 시간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어떤 교회에서는 주일낮예배를 오전 11시에 드리지만, 어떤 교회에서는 11시 30분에 드립니다. 또 대형 교회들은 오전 7시, 9시, 11시, 오후 1시 등 여러 번에 걸쳐 드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느 시간에 예배를 드려야 진짜로 예배를 드린 것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할 것은, 초대교회가 주일 새벽에 예배를 드린 것도, 근대 교회가 주일 오전에 예배를 드린 것도, 모두 주일은 주님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기쁜 날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주일에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이날을 주인이신 주님께 온전히 바친다는 정신이 근본에 깔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주일예배의 시간이야 각 교회의 형편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만약 이날 세상의 일을 하러 가야 한다면 세상의 다른 일을 하기 전에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것이 마땅합니다. 불가피하게 주일에 예배를 빠져야 하는 경우에는 초대교회 성도들이 그랬듯이 주일새벽예배(기도회)라도 지켜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