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에 보면 예배는 '신령과 진정으로' 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배의 형식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예배의 형식을 꼭 고집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 옛날에는 주일낮예배가 매우 엄숙한 가운데 진행되었는데, 요즘은 '형식 파괴'가 유행인 것 같습니다. 예배의 형식을 과감하게 탈피하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 어떤 교회는 찬양만 두 시간을 하는 것도 예배라고 합니다. 이러한 예배를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요?
====================================
예배와 관련하여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습니다. "예배를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것이 중요하지, 예배의 형식이 뭐가 그리 중요합니까?" 하는 질문입니다. 물론 옳은 말입니다.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지 않는 예배는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라.'는 말을 '예배의 형식을 집어던지라.'는 말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물론 '내용'과 '형식', 이 둘 중에서 내용이 형식보다 더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형식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본질을 잘못 파악하는 것입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좋은 테니스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자세가 중요한가 아니면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한가 하고 질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에게 뭐라고 대답해 주어야 할까요? 당연히 자세가 좋아야 경기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대답해주지 않겠습니까? 왜냐하면 제대로 된 자세 안에 실력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올바른 예배의 형식 속에 올바른 예배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형식은 내용을 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용보다 형식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는데 이는 '어떤 형식'에 담기느냐에 따라서 내용의 정체성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밥이라도 투박한 사기그릇에 담기면 서민이 먹는 밥이 되지만, 궁중의 식기에 담기면 임금님이 먹는 밥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예배의 형식을 강조하면 '타성에 젖어 습관적으로' 예배하게 되기 때문에 형식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성도들도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신령과 진정'이란 것과 '예배 형식'은 대립되는 명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A라는 예배 형식을 가지고 예배를 드리면서 정성껏 할 수도 있고, 반대로 타성에 젖어 습관적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B라는 예배 형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형식이 다른 두 예배를 생각해봅시다. 한 예배는 예복을 갖춰 입고, 미리 작성된 기도문을 읽으며, 일어서도, 앉고, 절하고, 무릎 꿇는 등의 많은 의식을 포함한 예배입니다. 이 예배는 처음부터 끝까지, 심지어 말 한마디조차 예배서에 기록된 그대로 하는 예배입니다. 또 다른 예배는 '성령이 인도하는 대로' 하는 예배입니다. 이 예배는 순서조차 미리 정하지 않습니다. 순서를 미리 정하는 것이 성령의 역사를 방해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지요. 기도도 미리 쓰지 않고 즉석에서 합니다. 예배는 그때그때 감동이 오는 대로 진행됩니다. 자, 이 두 예배 중에서 어느 것이 좋은 예배일까요? 과연 우리는 이 두 예배 중에서 어느 것을 좋은 예배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을까요? 이 두 예배에는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전자는 신학적으로 잘 짜여져 있고 내용적으로 충실하지만, 예배의 현장에서 회중에게 감화, 감동이 밀려올 때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후자는 대단히 역동적이며 회중의 상태에 민감하게 대처할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회중의 반응에만 대응하므로 신학적으로 부실한 예배가 될 수 있으며, 예배가 무질서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예배 도중 누구의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방식으로 드리는 예배도 계속해서 하다보면 매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배는 공동체적이고 공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형식이 필요합니다. 공예배(하나님의 백성들이 함께 모여서 드리는 예배라는 뜻으로서 집합적인 개념입니다.)는 '개인적 경건'의 행위와는 다릅니다. 개인이 홀로 기도할 때나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경건회를 할 때는 형식과 내용, 시간과 장소 등에 구애를 받지 않거나 덜 받지만, 공동체가 모여서 함께 예배할 때는 사정이 다릅니다. 예배의 순서와 구조는 물론 찬송과 기도의 내용이나 어법, 시간까지도 세심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려야 합니다. 이 말은 '성령 안에서' 그리고 '진리 안에서' 예배드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성령은 인격적인 분이며, 진리의 영이십니다. 성령의 역사하심이 없으면 하나님께 예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또 그분은 마음속 깊은 곳에 품은 우리의 생각까지도 헤아리시는 분이며, 예배당에 나오기 전 우리 삶의 모습도 다 알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현존 앞에 두려움과 떨림으로 겸손히 나아가야 하며, 그분께 우리의 온 존재를 내맡겨야 합니다.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는 것은 이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닙니다.
근자에 한국교회에서 '형식 파괴'라는 미명하에 자꾸만 예배의 형식을 파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 형식 파괴의 근저에는 '회중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모든 예배 형식은 파괴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묻고 싶습니다. 회중의 '영적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예배, 회중에게 '영적 감동'을 주지 못하는 예배가 파괴되어야 한다면, 그 예배는 도대체 누구에게 드려지는 예배란 말입니까? 우리는 예배 참여자인 우리 자신을 위해서 예배를 드립니까? 우리가 예배하는 이유가 하나님이라는 신을 핑계로 '영적'이라는 이름하에 우리 스스로 즐거워하고 만족하기 위해서입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분명 살아 계시고 인격적인 하나님, 그래서 우리를 지켜보시고 우리의 삶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을 예배합니다. 그렇다면 그분이 좋아하시는 예배, 그분에게 기쁨을 드리는 예배를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성경에 기록된 예배를 추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 「예배에 관한 질문과 답변」' 카테고리의 다른 글
Q6. 예배의 순서는 왜 교회마다 다른가요? (0) | 2022.10.14 |
---|---|
Q5. 가장 이상적인 예배 형식은 어떤 것인가요? (0) | 2022.10.14 |
Q3. 예배는 꼭 교회에서만 드려야 하나요? (0) | 2022.10.09 |
Q2. 주일낮예배 대신 저녁(오후)예배를 드려도 되나요? (0) | 2022.10.09 |
Q1. 예배는 꼭 주일에 드려야 하나요? (0) | 2022.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