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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배에 관한 질문과 답변」

Q48. 예배당 건물은 꼭 필요한가요?

아리마대 사람 2023. 1. 4. 17:16

▒ '교회'는 분명 건물이 아닌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굳이 많은 돈을 들여서 예배당 건물을 지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요즘 학교 체육관을 빌려서 예배를 드리는 교회도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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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건물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모이는 장소로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본래 유대인들은 '성막'이라고 하는 이동식 성전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이들은 소와 양떼를 몰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유목민이었기 때문에 고정된 성전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이 성막은 하나님과 그의 백성이 만나는 '만남의 장막'이었습니다.

(출애굽기 29:43-44)
43 내가 거기서 이스라엘 자손을 만나리니 내 영광으로 말미암아 회막이 거룩하게 될지라
44 내가 그 회막과 제단을 거룩하게 하며 아론과 그의 아들들도 거룩하게 하여 내게 제사장 직분을 행하게 하며

그러다가 이스라엘이 한 곳에 정착하면서 고정된 성전을 지어 하나님께 바치게 되었는데, 이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 솔로몬이 지은 '야웨의 이름을 위한 집'입니다.

(역대하 6:6)
6 예루살렘을 택하여 내 이름을 거기 두고 또 다윗을 택하여 내 백성 이스라엘을 다스리게 하였노라 하신지라

(역대하 6:20)
20 주께서 전에 말씀하시기를 내 이름을 거기에 두리라 하신 곳 이 성전을 향하여 주의 눈이 주야로 보시오며 종이 이 곳을 향하여 비는 기도를 들으시옵소서

이처럼 구약의 개념에서 볼 때 '성전'이라는 건물 안에는 하나님께서 거하신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신약에  와서 하나님께서 거주하시는 집으로서의 교회라는 개념은 상대화됩니다. 구약에서 사용된 '장막'은 이 땅에서 썩어질 몸의 비유로 사용되었습니다.

(고린도후서 5:1)
1 만일 땅에 있는 우리의 장막 집이 무너지면 하나님께서 지으신 집 곧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요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이 우리에게 있는 줄 아느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성전'은 다름 아닌 '성도의 몸'으로 지칭되었습니다.

(고린도전서 3:16)
16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고린도후서 6:16)
16 하나님의 성전과 우상이 어찌 일치가 되리요 우리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성전이라 이와 같이 하나님께서 이르시되 내가 그들 가운데 거하며 두루 행하여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리라

또 예수께서도 예루살렘 성전에서 예배드릴 필요가 없다고 선언하신 바가 있습니다.

(요한복음 4:21)
21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내 말을 믿으라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리라

물론 천국에서는 예배당 건물이 필요 없습니다. 왜냐하면 천국은 하나님의 영광이 충만한 곳이기 때문이지요.

(요한계시록 21:22)
22 성 안에서 내가 성전을 보지 못하였으니 이는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와 및 어린 양이 그 성전이심이라

그러나 우리가 이 땅에 사는 동안에는 예배할 공간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어떤 공간에서 예배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최초의 교회는 사람들의 숫자도 적었거니와 모든 것이 체계화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가정집에서 예배 모임을 가졌습니다. 가장 오래된 가정교회 건물이 시리아의 듀라 유로포스 지역에서 발견되었는데, 이 건물은 가정집을 개조한 것으로서 예배 모임이 행해지는 장방형의 방과 예비 교인들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부속실, 그리고 또 다른 방에 설치된 세례 우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4세기 로마가 기독교를 공인한 뒤에는 지상에 번듯한 예배당 건물이 지어졌는데, 이때 예배당 건물은 당시 로마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바실리카 법정 건물을 본따서 지어졌습니다. 이 건물은 한쪽 끝에 반원형의 후진(장방형의 예배당 건물에서 강단 부분이 반원형으로 이루어진 것을 지칭합니다.)이 있는 장방형의 건물이었습니다. 바실리카 법정 건물을 본딴 예배당 건물은 후진 부분에 있던 재판장의 자리를 감독의 자리로 대치하고, 후진과 회중석의 경계지점에 제단을 위치시키며, 회중은 의자 없이 서서 예배를 드리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동방에서는 장방형 대신에 중앙집중적인 정방형이나 삽자가 모양의 건물을 선호했습니다.가운데 부분은 둥근 지붕으로 되어 있었으며, 건물의 한쪽에는 성화들로 채워진 세 개의 후진이 있었습니다.

중세에는 여러 가지 전문화된  예배당 건물들이 출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도원식 예배를 위한 건물이 두드러집니다. 수도원에서는 예배의 회중 모두가 사제나 수도사였으며 따라서 모든 회중이 성가대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들 성가대원들이 예배당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는데, 이것이 곧 '성단 성가대'입니다.
종교개혁시기에 개신교회는 십자가형, 8각형, 원형 등 다양한 예배당 건물을 만들어냈으며, 이 교회 건물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설교단이었습니다.
17-18세기 개신교회의 건물에서는 성소가 사라졌고 대신 회중석이 늘어났으며, 성가대석은 줄어들거나 없어졌습니다. 이때의 특징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설교대 주변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중2층과 발코니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회중은 좁고 긴 장의자 속에 앉도록 설계됐으며, 예배는 '앉아서 설교를 듣는 것'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세기에는 좀 더 독특한 모양이 생겨났는데, 그것은 설교단과 대규모 성가대를 수용할 수 있는 성가대석과 음악당의 무대와 같은 예배당 구조였습니다.
현대의 예배운동은 다시 중앙집중식 예배당을 회복하여 설교단과 성찬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동심원 구조로 앉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성가대는 회중석과 같은 높이에 위치하며, 집례자의 자리도 예배당의 전면보다는 좌우 측면으로 배치됩니다.
또한 건물의 측면을 낮게 만드는 것이나 특정 방향을 지정하지 않는 내부 공간, 이동 가능한 의자 등을 통해 초대교회의 다락방이나 가정교회 같은 친밀성과 환대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우리는 어느 장소에서든지 예배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예배당은 축구경기장과는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축구팬들은 추운 영하의 날씨에도 관중석에 앉아 축구경기를 관람할 수 있지만, 예배는 그러한 곳에서 드리기 어렵습니다. 예배는 초월적 존재이신 하나님을 만나 뵙고 그분께 경배를 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예배의 장소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초월성과 내재성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예배당 건물은 우리가 예배하도록 편의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그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그 역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예배당 건물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로 하여금 예배의 의미를 깨닫게 해줍니다. 예를 들어 고딕 양식의 예배당에서는 '성소' 공간에 오직 안수 받은 성직자만 접근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만인사제주의를 설교한다면 그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일 것입니다. 이처럼 예배당 건물과 그 구조는 각자 그 나름의 신학을 반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떠한 예배당 안에 들어가 앉았을 때에 우리는 그 예배당 건물이 내포하는 예배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것입니다. 둘째, 예배당 건물은 예배의 형식과 모양을 규정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해줍니다. 예컨대, 고정된 장의자로 채워진 예배당에서는 앉아서 말씀을 듣는 예배는 가능하지만, 모든 사람이 움직이는 예배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예배당이 한번 지어지면 우리는 그 예배당이 허락하는 종류의 예배 이외에 다른 예배를 드릴 수 없습니다.
자연 속에서 하나님의 창조를 주제로 예배하기는 쉽지만, 동시에 주의가 산만하고 음성 전달이 어려워 예배에 집중하기는 힘듭니다. 때문에 우리는 거룩하신 하나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는 예배당 건물을 필요로 합니다.
한 가지 지적하자면, 한국교회가 좋은 예배당 건물을 짓기 위해 돈을 투자하는 것 자체는 나쁠 것이 없지만, 어른들의 예배 공간만을 위해 예산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예배 장소를 지을 때는 반드시 예배학적 차원의 검토가 있어야 하며,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교육 공간 및 사회적 봉사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도 배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