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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배에 관한 질문과 답변」

Q49. 예배당 전면에 있는 십자가를 치워도 되나요?

아리마대 사람 2023. 1. 4. 23:54

▒ 강단 전면에는 보통 십자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스크린을 설치하면서 십자가가 가려서 안보이거나 한쪽 옆으로 밀려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십자가가 아예 없는 교회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 옳은가요?

 

요즘 강대상 뒤편에 화분을 놓아서 설교자의 얼굴 뒤로 푸른 나무가 배경처럼 보이도록 하는 교회가 많습니다. 강단 꽃꽃이는 돈이 많이 들어서 개척교회에는 부담이 되는데, 이렇게 화분을 놓아도 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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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예배당 공간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예배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고, 거룩하신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가 하나님과 만나는 체험을 하는 데 도움이 되며, 예배에 깊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배당 내부, 특히 예배당 전면에 너무 많은 종류의 물건이나 그림 또는 글씨 등을 배치할 경우 회중의 시선이 분산되어 예배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그러므로 예배당에는 예배의 본질에 따른 필수적인 요소들만 배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고도의 절제와 훈련이 필요합니다. 예배학에서는 이를 '단순성의 원리'라고 합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강단 벽면에 십자가가 걸려 있는 교회가 있는 반면, 그냥 하얀 벽면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는 교회도 있습니다. 또 성경 구절을 써 놓은 교회도 있고, 하나님의 속성 중 하나를 골라서 몇 개의 글자로 표시해놓은 교회도 있습니다. 과연 어느 것이 가장 올바른 방식일까요?
'단순성의 원리'는 아무 싱징물도 없이 그냥 깨끗하게 두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회중이 예배당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을 때, 자신이 지금 어느 곳에 와 있으며, 예배하는 대상이 누구이고, 왜 그분을 예배해야 하는지 등등에 관한 것들을 마음속에 떠올리도록 돕는 최소한의 상징을 거기에 배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복잡해도 좋지 않지만, 또 너무 깨끗해도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조건을 채우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은 십자가를 걸어놓는 것입니다. 두 개의 나무 막대기로 된 이 단순한 상징물은 인간의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나고 심오한 내용을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그 속에는 하나님의 창조, 인간의 배반, 죄의 결과와 그 무서움, 하나님의 심판,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 그분의 순종과 자기 비우심 등등 신구약 성경 66권의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경 한두 구절이나 몇 개의 글자로는 이러한 것들을 결코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십자가는 기독교의 '주요 상징'이자 '일차 상징'인 것입니다. 그 어느 형상이나 물건 또는 그림이나 글자가 이보다 더 분명하고 강력하게 복음의 내용을 우리에게 제시해줄 수는 없습니다.
최근 스크린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교회 강단의 십자가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스크린 때문에 십자가가 가려서 보이지 않거나 강단 벽의 한쪽으로 밀려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스크린은 찬송가의 가사나 성경 구절을 보여주고, 설교에 필요한 보조 자료 등을 보여주기 위한 실용적 목적으로 도입되는 것입니다. 실용적 목적의 '보조 수단'이 기독교 복음의 '주요 상징'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십자가도 상황에 따라 치워버릴수 있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회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기독교 신앙에 십자가보다 더 우선시되고 중요한 내용은 없습니다. 주님의 십자가로 말미암아 우리가 구원을 얻었고, 우리 역시 이 세상에서 주님을 따라 십자가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 복음의 핵심인데, 이것을 한쪽으로 밀어내거나 스크린으로 가리는 것은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은 행위라고 봅니다.
강단 전면에 푸른 나무를 배치해놓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한 교회가 예배와 설교를 텔레비전으로 방송하면서 알려지게 된 이 방식은 오늘날 한국교회에서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봅시다. 푸른 나무가 텔레비전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느낌을 줄 수는 있지만, 이왕이면 뒷 배경에 십자가가 보이는 것이 더 강력한 복음의 메시지를 제공해주지 않을까요? 강단 꽃꽂이를 포함해서 무엇이든지 부수적인 상징이나 사물이 주요 상징물을 약화시키거나 가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