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 잠깐 스쳐가는 말씀 한 조각

말씀 한 조각 만으로도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 「예배에 관한 질문과 답변」

Q51. 예배 인도자는 꼭 예복을 입어야 하나요?

아리마대 사람 2023. 1. 5. 23:23

▒ 최근 많은 목사님들이 예배를 인도할 때 예복을 입지 않고 그냥 '양복'을 입거나 심지어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는 것을 봅니다. 이래도 괜찮은 것인가요?

 

어떤 목사님은 학위가운을 입고 예배를 인도하거나 설교를 합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

예복에 관한 한 구약성경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대제사장과 제사장의 직무를 허락하신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입을 예복에 관해 분명한 지침을 내리셨습니다.

(출애굽기 28:3)
3 너는 무릇 마음에 지혜 있는 모든 자 곧 내가 지혜로운 영으로 채운 자들에게 말하여 아론의 옷을 지어 그를 거룩하게 하여 내게 제사장 직분을 행하게 하라

이는 제사장들이 그 직무를 수행할 때에 일상적인 복장이 아닌 특별한 옷을 입어야 한다는 하나님의 뜻을 분명하게 나타내줍니다. 그러나 신약에 들어와서는 이러한 예복의 규정이 지켜질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구약의 제사 제도가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단번에 자신을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완성'되었다(히 9:12, 10:10)는 신학적인 이유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유대교와 로마의 거센 핍박을 피하여 가정집이나 지하 공동묘지 등 외진 곳에서 비밀리에 예배를 드려야 하던 당시의 상황적인 이유가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선포되면서 교회 안에서는 상징성을 띤 성직자의 예복과 평상복이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부활절을 비롯한 교회의 각종 절기와 성례전을 위하여 예복이 필요하게 되었으며 또한 성직자의 계급을 나타내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성직자 복장들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종교개혁시대 개혁자들 사이에는 성직자의 예복에 관해 크게 두 가지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첫째는 루터나 칼빈 등 온건파의 경우이고, 둘째는 츠빙글리나 재세례파 등 급진파의 경우입니다. 루터는 예배 의식은 물론 예복에 관해서도 중세 카톨릭의 것을 약간의 수정만 가한 채 대체로 수용했으며, 칼빈과 마르틴 부처 등 개혁교회 지도자들은 말씀과 성례전이 예배의 중심임을 강조하면서 매주일 성례전의 시행과 함께 당시 법관들의 예복인 검정색 가운(일명 제네바 가운)을 입을 것을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재세례파는 성직자의 구별된 복장이나 예복을 전면 부정했습니다. 츠빙글리는 성례전 자체를 부정할 뿐만 아니라 예복을 포함하는 모든 상징물과 심지어는 피아노나 오르간 등 악기 및 음악까지도 인간의 산물이라 하여 송두리째 거부하는 극단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현대 교회들을 볼 때 동방정교회나 로마 가톨릭 등 역사적인 교회들은 물론 루터교나 성공회 등 예전적인 개신교회들은 한결같이 예복을 입으며, 미연합감리교회나 미국 장로교회 등 중도적인 개신교회들에서도 예복 착용이 회복되었습니다. 다만 현대 예배를 추구하는 목회자들은 예복을 거의 착용하지 않습니다.
신학적으로 볼 때, 예배의 거룩함이나 신비성, 예배의 진지함 등을 고려한다면 예배 인도자나 봉사자들이 예복을 입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예복의 모양과 색깔은 휼륭한 상징언어의 구실을 하기 때문에 예복을 입는 것이 평상복을 입고 예배를 인도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방식입니다. 물론 어떠한 색깔과 모양의 예복을 입느냐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판단할 문제지만, 많은 개신교회의 목회자들이 입는 검정색 가운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주일은 우리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이고, 기쁜 날입니다. 이런 기쁜 날에 검정 색깔의 가운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스톨(안수받은 목사들이 어깨에 걸치는 띠 모양의 천입니다. 본래 스톨은 큰 수건 모양이었으며 남을 섬기는 '봉사직'의 상징으로 기독교에 도입되었습니다.)'이라고 불리는 '영대'로 색깔을 보완하기는 하지만, 가운 전체가 검정색이기 때문에 영대가 주는 색깔의 힘은 미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흰색 가운을 입는 것이 '부활의 경축'이라는 주일의 의미와 더 잘 어울립니다. 흰색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승리와 영광을 뜻하는 색깔이기 때문이지요. 1년 내내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사역을 기리고 예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교회력(그리스도의 공생애를 기념하고 경축하기 위해 교회가 사용하는 1년의 달력을 말합니다.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로부터 시작해서 주님의 성육신과 하나님을 나타내 보이심, 세례 받으심, 수난, 죽음, 부활, 성령으로 다시 오심 그리고 영광 중에 다시 오실 것을 기념하고 선포합니다.)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의식'에서 색깔이 주는 상징언어가 작용하는 힘이 크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예복을 입는 것이 우리의 예배로 하여금 '그리스도 중심성'을 확보하게 해줄 뿐 아니라 그날 예배의 핵심 주제를 뚜렷하게 부각시켜 주는 아주 휼륭한 방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예복의 모양은 세계교회들의 공통적 유산과 민족적 정서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사항입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색깔의 예복을 입어야 할까요? 부활절과 성탄절, 주님의 수세일 같은 때는 그리스도의 승리와 영광을 나타내는 흰색 또는 황금색을 입습니다. 대림절은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이고, 사순절은 예수님의 공생애 마지막 한 주간을 묵상하면서 회개와 절제, 금욕, 훈련 등을 하는 절기이므로 보라색이나 재색(회색)을 입습니다. 성령강림절에는 빨간색, 그리고 주현절 이후의 절기와 성령강림절 이후의 절기 등 비절기 기간에는 초록색을 입습니다. 왜냐하면 이때에는 성장과 성숙의 기간을 나타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색깔은 통일되어야 합니다.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는 평상복을 입는데 성가대는 가운을 입는 등의 불일치는 없어져야 합니다. 성가대의 가운 역시 목회자의 가운과 같은 색깔이어야 합니다. 기도자나 헌금위원의 가운, 강대상의 드림천 등 예배당 안의 모든 색깔이 통일돼야 색깔이 주는 상징언어가 힘을 발휘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예배 인도자나 설교자가 학위가운이나 양복을 입는다든지 또는 동절기에는 검은색, 하절기에는 흰색을 입는 관행을 고쳐나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