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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한 조각

우리나라는 앞으로... (2)

아리마대 사람 2024. 9. 18. 00:42

추석명절이고, 연휴다.

오래만에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영화도 보고, 명절음식도 먹으며 추석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을 하며 뉴스를 읽어보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보게 되었다.

유사한 내용을 다룬 기사들의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윤 대통령 15사단 방문…"전투식량·통조림 충분히 보급하라"
윤 대통령, 추석 명절 육군15사단 방문…의무대대·장병 격려
윤 대통령, 추석 맞아 전방 의무대대 방문‥"지역 의료기관으로 재탄생"
윤 대통령, ‘주민에 의무대대 개방’ 15사단 방문…“군 의료 모범”
윤 대통령, 추석에 BTS RM 근무 부대 방문…"근무 여건 개선"약속
윤 대통령, 송편 들고 최전방 부대 방문 "적 도발시 선조치 후보고"
윤 대통령, 최전방 의무대대 점검…장병들에 송편 전달
尹 대통령, 육군 15사단 방문해 장병 격려
尹대통령, 추석 최전방 승리부대 승리의원·장병 방문 “군복이 자랑스럽게 지원”
尹, 추석에 철책사단 찾아 "군복이 자랑스럽게 지원"
尹, 추석 맞아 최전방 15사단 방문…"적 도발시 압도적 대응"
尹 추석 맞아 강원도 최전방 의무대대 찾아…응급진료체계 점검
윤, 주민 개방 '군 의무대대 응급실' 방문…김용현 "대통령 지시로 의료혜택"
윤 "군복이 '명예'되도록 확실히 지원…지역민 진료 군병원 설치 확대"
BTS RM 부대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여러분 노고가 국가경제 버팀목"
“승리부대 파이팅” 추석 尹대통령 단체사진서 포착된 BTS RM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강원도 최전방 부대인 육군 제15사단을 찾았다는 내용이었다. 15사단은 육군 최초로 군 의료시설을 개방해 군인 가족들과 지역 주민들 모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며, 이곳에서 BTS의 멤버가 복무 중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15사단 의무대대를 방문하여 치과, 소아청소년과, 안과, 응급실을 둘러보고 격려의 말을 전했고, 다음으로 전투 통제실을 방문해 군사 대비 태세를 보고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대통령의 동정을 전하는 데 있어서 초점이 서로 다른 각양각색의 기사제목들을 볼 수 있었고, 그에 따라 기사의 내용들도 제각각 이었는데... 그 중에 눈에 뜨인 것은 기사제목 중의  "전투식량·통조림 충분히 보급하라"는 구절이었다. 이와 관련한 기사내용을 보니 대통령이 요즘 MZ세대 병사들의 입맛에 맞는 식사가 제공되는지를 물었고, "잘 먹어야 훈련도 잘하고, 전투력도 생기는 법"이라며 격오지에 있는 부대들에 통조림이나 전투 식량 등을 충분히 보급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의료대란이라고 불리는 작금의 상황 속에서 난처해진 대통령이 지역 주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군병원을 찾아갔다는 소식에 불과할 수도 있고, 군부대를 방문에서 '장병들 밥을 잘 먹여라'는 의례적인 립서비스를 했다는 소식에 불과하다고 넘길 수도 있는 기사지만...  "전투식량·통조림 충분히 보급하라"는 구절은 특별하게만 느껴진다.

군 병원이 민간인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투식량·통조림이 충분히 필요한 상황에 관해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 내부 상황을 담은 영상, 북한 내부 교육용 비디오 영상 등이 입수되어 보도되었다.

남한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10대 소녀들에게 수갑을 채워 공개 체포하고, 부모까지 공개 재판을 받고, 본인과 부모 신상까지 공개하며, 남한식 단어를 사용했다고 체포하는 상황이다. 놀라운 것은 불법행위를 단속하자 "내가 무슨 역적질 했습니까?"라며 대들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뉴스를 통한 간단한 보도 내용만으로도 북한 사회가 많이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0대 소녀들까지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남한 드라마와 문화가 북한 사회에 퍼지고 있다는 점...

10대 소녀들까지 수갑을 채워 공개 체포할 만큼 남한 드라마와 문화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

먹고 사는 문제가 다급하다보니 사회질서에 균열이 생기고 범죄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

불법행위를 하다가 단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따질 만큼 북한사회의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

사상교육을 위해 제작된 비디오 영상에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길 만큼 북한사회의 질서가 흔들린지 오래 되었다는 점...

북한 사회가 아무리 통제를 하고 단속을 하더라도 정보는 퍼지고 퍼지는 것이다. 그 정보가 사람의 본성에 충실한 것이고, 사람의 행복에 관한 것이고,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이라면 더욱 빨리 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퀄리브리움'이라는 영화가 말하듯이 말이다.

 

제 아무리 아무리 단단한 강철이라도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힘을 받아 일정 크기 이상의 변형을 겪다보면 마침내 파손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금속재료의 피로현상에 따른 금속 구조물의 수명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통제 속에 살아가는 유연성이 없는 사회이더라도 먹고 사는 문제나 외부의 정보에 의해 지속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면 결국 파단이 발생하고 만다. 북한 사회에 대한 뉴스, 유튜브를 통해서 접하는 탈북자들의 인터뷰, 북한에 관한 분석기사 등을 보면 북한 사회는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고, 지속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듯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늘 읽은 대통령의 동정 소식의 한 구절이 더욱 확신을 갖게 만든다. "군 병원이 민간인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투식량·통조림이 충분히 필요한 상황"에 관해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아버지가 젊은 날 보시던 책들을 보면 책마다 '북진통일'이라는 구호가 인쇄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도 어릴 적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학교에서 배워서 불렀었고, 통일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반드시 이루어야 할 사명이라고 배웠도, 또한 그와 같은 인식을 지니고 성장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그와 같은 노래도, 구호도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점차적으로 북한은 더이상 통일의 대상이 아닌 독자적인 집단이나 세력으로 인식되었고, 이에 따라 통일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사명이 아닌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일어난 현상이 아닌가 싶다. 남북간의 경제력의 차이가 커지면서 경제발전을 통해 이룩한 부를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진 것으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속적으로 남한을 통일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었다. 남한은 미국의 식민지로서 지독히도 가난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해방시켜야 한다는 새빨간 거짓말과 함께.

그런데, 올해 들어 큰 변화가 일어났다.

국무회의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따뜻하게 포용하고 성공적인 정착을 격려하기 위해 7월 14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했고, 대통령이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여 기념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 기념사 중에는 "북한 정권에 의해 고통받는 북한 동포를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을 탈출해 해외에 있는 동포들이 강제로 북송되지 않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또한 "북한이탈주민과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고, '사람과 사람의 통일'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통일이 달성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북한 동포를 외면하지 않겠다', '진정한 통일'이라는 용어는 명백하게 통일을 선언한 것이며, 통일 정책으로 복귀한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북한에서는 오랫 동안 주장해 온 '통일'이라는 개념을 없애고, 과거 남한을 '남조선'이라고 부르던 것을 중지하고 한국, 대한민국으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아이러니한 뒤바뀜이다. 이 뒤바뀜은 단순한 뒤바뀜에 불과한 것이 아닌 것으로 느껴진다. 남한은 북한과의 통일을 준비하겠다, 북한을 통일시키겠다는 각오를 선언한 것으로 느껴지고, 북한은 남한 문화의 침투 속에서 발생되는 체제 균열과 이로 인한 통일 가능성의 위협 앞에서 이를 외면하고 부정하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까지의 상황, 지금의 뒤바뀜의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상황 모두가 "군 병원이 민간인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투식량·통조림이 충분히 필요한 상황" 속에 담겨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리적으로 운동량은 보존된다. 운동량은 질량과 속도의 곱으로 정의된다. 운동량이 서로 다른 두 시스템이 '충돌'하여 한 시스템이 되는 경우, 두 시스템의 질량은 한 덩어리가 되어 새로운 속도로 운동하면서 새로운 운동상태의 시스템을 만들게 된다. 이때 두 시스템의 운동량의 차이가 크다면, 새로운 운동상태의 시스템은 운동량이 큰 시스템의 운동상태에 가깝게 된다.

 

사상과 체제가 다른 두 사회 시스템이 통합되는 경우도 그러할 것이다. 두 사회 시스템의 운동량의 차이가 크다면, 새로운 운동상태의 사회 시스템은 운동량이 큰 사회 시스템의 운동상태에 가깝게 될 것이다. 물리적인 측면에선는 이렇게 예상할 수 있지만, 만일 두 사회 시스템의 상호 연관성이 없다면, 사회, 정치,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운동량이 큰 시스템이 운동량이 작은 시스템을 흡수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남한과 북한의 통일도 결국은 이와 같은 흡수통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은 '충돌'과 같이 매우 짧은 순간에 발생할 것이다.

어쩌면 저 뉴스기사는 송편으로 위장한 채, 정부에서도 매우 짧은 순간에 발생하게 될 '충돌'현상에 대해 조금씩 조금씩 실제적이고도 실체적인 준비를 갖추어 나가고 있음을 알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만일, 만일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경제적 부흥기를 경험하던 30년 전쯤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것은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가 될 것이다. 다시 한번 새롭게 경제적 부흥기를 경험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방문하던 외국인들로 하여금 "코리아에는 무슨 공동묘지가 저리도 많냐"는 질문을 하게 만들던 기독교 부흥기를 그보다 한발 앞서 다시 한 번 경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의 지금까지와 지금, 그리고 앞으로가 모두 하나님의 계획과 의도 안에 있음을 믿고, 고백하고,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