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 잠깐 스쳐가는 말씀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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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한 조각

어릴 적 시험지가 말해주는 것

아리마대 사람 2017. 2. 16. 10:57

요즘의 인터넷 뉴스기사들을 보면 벼라별 뉴스가 다 있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는 말은 전부터 있어 왔지만, 최근에 들어서 바다의 쓰레기들로 말미암아 마리아나 해구와 같은 심해에 사는 생물들의 체내에까지 오염물질이 축적되어 있다는 조사결과를 통해 바다가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고 보도되는 바와 같이 정보의 바다도 쓰레기 정보들로 인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 완전히 추측성 자료들로만 채워진 기사, 소위 찌라시라고 불리는 세간의 소문을 보도하는 기사, 진위조차 확인되지 않은 유튜브의 동영상 파일을 정리한 기사들도 있을 정도니 뉴스정보의 바다도 이미 오염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이러한 신종 뉴스기사들 중에 이상하게 자주 보게되는 종류의 기사가 있다. 바로, 드라마 내용을 요약해 주는 기사이다. 드라마의 줄거리, 주요 장면의 사진, 주요 장면이 내포하고 있는 드라마 전개 상의 의미 등을 정리한 기사인데, 이 기사들을 가끔씩만 보더라도 드라마를 다 본 것 같다.

오늘도 그러한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 요즘 한창 인기라는 소위 사이다 드라마, '김과장'의 요약기사였다.

오늘 읽은 기사는, 회사에서 직원들을 퇴출시킬 때 발령내는 '대기실'이라는 부서에 발령받은 김과장이 같은 부서 퇴출대상인 고참부장의 자살을 막는다는 내용을 정리한 기사인데, 그 중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눈에 뜨였다.

 

“진짜로 뛰어내리려고 그러는 거에요? 진짜?”라는 김성룡의 질문에 오부장은 “22년을, 이 회사를 위해서 또 내 가족을 위해서 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한텐 견딜 수 없는 치욕과 내 가족에 대한 미안함밖에 없습니다”라고 자책했다. 이에 대해 김성룡은 “부장님 죽는다고 이 회사 높은 새끼들이 알아 줄 것 같아요? 그냥 조화 하나 딸랑 보내고 끝이라고!”라며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던 터. 뿐만 아니라 “이 회사가 나한테는 인생이나 마찬가진데 내 삶이 무너지는 기분입니다”라는 오부장에게 “아니 인생은 무슨, 회사가 그냥 회사지! 그것도 이런 빌어먹을 놈의 회사!”라고 일갈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잡아 끈 대목은 "아니 인생은 무슨, 회사가 그냥 회사지"라는 대사였다.

회사가 그냥 회사지.....

회사가 그냥.....

회사가.....

그냥 회사지.

내가 일하는 곳, 내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곳, 그에 대한 대가로서 내게 급여를 주는 곳, 내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곳.

고맙고 소중한 곳임에 분명하지만, 회사는 그냥 회사다.

회사를 그냥 회사로 생각하지 못하면, 드라마 기사 속의 오부장처럼 좌절하고 상처받고, 마침내는 극단적인 선택에까지 이를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뉴스를 돌아보면, 세상의 것을 그냥 세상의 것으로 생각하지 못해서 발생되는 수많은 비극들을 접하게 된다. 드라마의 내용처럼 세상의 것에 너무나도 중요한 의미를 둔 나머지, 그로부터 상처받고, 죄절하고, 비참해지는 이야기들, 그로부터 상처주고, 좌절시키고, 비참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너무도 흔하다. 단적으로 학업이나 성적에 대한 부담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삶을 끝내는 아이들이 뉴스에 얼마나 자주 보도가 되고 있는지.

회사는 그냥 회사다.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다른 일 하면 된다.

학업은 그냥 학업이다. 공부를 못하면, 잘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으면 된다.

성적은 그냥 성적이다. 성적이 안나오면, 다음에 잘 나오면 되는 것이고, 계속 안 나오면, 다른 재능을 키우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병들어 가고,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병들어 간다.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학교다닐 때, 채점이 끝나 점수가 적힌 시험지를 받아들고서는 염려, 걱정, 근심, 불안, 초조에 휩싸였던 기억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른이 된 지금, 그 시험지의 기억은 그저 작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추억에 불과할 뿐이다.

물론, 그 점수 하나하나가 쌓여서 내신성적이 되고 입시에 영향을 준다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어릴 적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지금도 여전히 마음 졸이고 안타까워하며 후회 속에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설혹, 그 점수 중에서 입시에, 직업에, 인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경우도 없지 않겠지만, 채점된 시험지를 받아든 후에 확인하는 점수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그로 인해 안타까워 한다면 그것은 진심으로 불필요한 스트레스일 뿐이다. 어차피 그 점수인 걸... 마음이라도 편했더라면... 이라고 어릴 적의 자신을 다독이며 위로해 주고 싶을 것이다.

아이들 학업성적에 집착하며 학원으로 내몰고, 성적때문에 심한 꾸지람을 하는 부모들이 많지만, 만일 아이가 큰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저 '다른 아이들처럼 건강하기만 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 살다보니 이 세상이 만들어 둔 것에 길들여지고, 이 세상의 가치관을 따르고, 이 세상 것에 욕심내고 살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인생의 한계처럼 느껴지고, 또한 이러한 한계에 갇혀 사는 것이 정상적인 삶이라고 정당화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요한일서 2:16)
16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

 

한가지만 더 생각한다면, 한가지만 더 겪는다면, 이 세상의 것들, 이 세상의 가치관들, 이 세상의 욕심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쉽게 알 수 있는데, 그 한가지가 부족한 삶이 흔하고 흔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몇달째 끊이지 않는 국정농단사태라는 것이 보여주고 있듯이, 이 세상의 것, 이 세상의 가치관, 이 세상의 욕심을 위해서 살면, 이 세상이 주는 결과를 얻게 된다.

 

(갈라디아서 6:8)
8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질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

 

어릴 적 그 시험지가 실은 내게 '세상의 것들은 중요하지 않아'라고 가르쳐 주기 위한 것이었음을 이제서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