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 잠깐 스쳐가는 말씀 한 조각

말씀 한 조각 만으로도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 생각 한 조각

내 삶의 주인

아리마대 사람 2016. 9. 4. 23:54

 

무협소설을 읽어보면... 몇권만 읽어보더라도 여타의 소설들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소설'을 글로 표현된 다양한 이야기라고 정의할 때, 소재와 주제와 구성의 유사성에 따라 '장르'로 구분할 수가 있는데, 무협소설이라는 장르는 정형화된 소재와 구성의 독특함때문에 매우 쉽게 드러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이야기의 구성이 우연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무협소설 자체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우연이 존재하더라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무협소설 속에서 '우연'이라는 것은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 장치로서의 역할을 한다. 무협소설의 주무대가 주로 중국 땅의 일부인 '중원'이라는 가상의 물리적 공간, '강호'라는 가상의 정서적 공간인데, 이 넓은 가상의 세계에서 발생하는 가상의 사건에 필연성을 부여하기가 어렵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자신을 둘러싼 내력을 알게 된 주인공은 발걸음을 내딛는 곳에서마다 우연히 자신과 얽히는 사람을 만나고 우연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흔히 주인공은 원수를 갚기 위해 강해져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있는데, 점차 강해져가는 성취조차도 우연한 인연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렇다보니, 무협소설을 읽고 흥미를 느끼는 심리는, 우연히 손에 쥐게 된 보물지도를 찾아내서는 '보물섬'을 읽고 흥미를 느끼는 심리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또 한가지의 특징은 신의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는 것이다.
우연한 만남, 우연한 사건이 무의미하게 사라지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뼈대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우연'이 '필연'으로 바뀌기 때문인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약속을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가짐', 즉 '신의' 때문이다. 지나가다 우연히 듣게 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 그 소리에 이끌려 우연히 들른 싸움터에서 우연한 싸움에 휘말리게 되고 죽음 직전에서 우연히 살아남게 된 주인공, 우연히 죽어가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 주인공은 우연한 약속을 나누게 된다. 주인공은 이러한 우연을 반드시 지키고자 애쓰면서 필연으로 만들어 간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일지라도 약속한 말에 책임을 지는 모습은 현실에서는 쉽게 마주하기 힘든 모습이라 몹시 인상적으로 느껴지는데, '알겠소, 내 반드시 전해주도록 하겠소'라고 대답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큰 감동을 느끼고 내 삶의 모본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무협소설을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약속을 지켜내는 모습은 주인공에게서 뿐만 아니라,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에게서도 흔히 발견된다. 나이가 많은 전대의 대마두이지만, 주인공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후 주인공을 주인으로 섬기는 노마두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무협소설에서의 '법과 정의'는 무공의 고강함이고 배경이 가상의 공간, 가상의 정서이기 때문에 노마두가 젊은 공자를 섬기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이 노마두들은 대개 과거에 악행을 많이 저질렀으나 악하다기 보다는 엉뚱하고 괴퍅한 인물들이며 주인공의 인품과 무공에 감복하여 점차 개과천선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노마두들은 성격도 단순하여 일단 복종을 맹세한 후에는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하는 점이 특징이다. 주인에 대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충성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인을 위해서 또는 주인이 시키는 대로, 제 뺨을 때리는 일부터 제 몸의 일부를 기꺼이 망가뜨리는 일까지 주저함이 없다.

우연한 인연을 통해 독보적 경지에 이르는 주인공의 행운과 힘보다 이렇게 충성스런 노복이 된 마두들의 모습이 더 감동적인데, 그것은 자신을 전적으로 순복시키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창세기 3:5)

5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이 말은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뱀이 말을 건넨 쪽은 하와였다)에게 뱀이 선악과를 먹도록 꾀면서 한 말이다. 하나님께서는 선악과를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고 하셨지만, 뱀은 선악과를 먹어도 결코 죽기 않을 뿐만 아니라 선악과를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게 될까봐 하나님께서 그렇게 말씀을 한 것이라고 꾀었다. 하와가 이 말을 듣고 선악과를 보니, 먹음직스럽게도 생겼고, 보기에도 예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게도 보여서 선악과를 먹게 된 것이다.

뱀이 건넨 말 중에 참으로 교묘한 말이 섞여 있다. "하나님과 같이 되어"

피조물인 인간이 어떻게 창조주이신 하나님과 같아질 수 있을까마는, 하와는 무한한 어리석음을 드러내며 선악과를 먹고 말았다.

"하나님과 같이 되어"지고 싶어했던 천사는 사탄이 되어 버렸고, 하나님께서 자신의 형상대로 만드시고 복을 주신 사람에게 접근하여 자신이 저지른 '죄'를 똑같이 저지르도록 유혹했다. 사람은 어리석게도 사탄과 동일한 '죄'를 저지르게 되어 이 세상에 '죄'가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은 '하나님과 같이 되어'지려는 헛된 욕심 속에서 살고 있다.

노마두가 종이 되어 주인공을 주인으로 섬기듯, 피조물에게 있어서 주인은 창조주이며, 피조물 자신은 종일 뿐이다. 종은 항상 주인에게 가장 좋은 것, 가장 높은 자리를 드리고,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이며,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상조차도 주인의 허락을 받고 행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다. 그것이 '주인'에게 속한 '종'의 삶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내 인생은 나의 것'을 흥얼거리며 창조주이신 주인 대신 자신이 주인이 되어 주체적으로 살겠다고 버둥대며 살아가고 있다. 자신은 종의 신분인 피조물인데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말씀 중에는 우리의 속성에 반하고, 세상의 인심과는 동떨어져서 이해하기가 어렵고, 실천하기에는 더더욱 어려운 가르침들이 있다.

 

(마태복음 5:39-44)

39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40 또 너를 고발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41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
42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
43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44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그러나, 내가 누구인지를 안다면 이 가르침들이 이해가 된다. 나는 피조물이며 종인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의 가르침은 창조주이며 주인이신 분께서 기뻐하시는 일인 것이다. 창조주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서로 사랑하는 세상이며, 이를 이루기 위해서 피조물인 우리는 가르침대로 행하면 되는 것이다.

 

(마태복음 18:3)

3 이르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가르침대로 행하는 방법은 어린 아이들처럼 단순하면 되는 것이다. 그저 시키는 대로 잘 따르면 되는 것이다. 큰 목소리로 대답하라고 하면 정말 목이 터져라 크게 "네, 네, 선생님~!"을 외치며 대답하는 유치원 아이들처럼 하면 되는 것이다.

무협소설 속에 등장하는 전대의 노마두들의 생각과 행동도 단순하다. 그들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주인을 위해서 살아간다. 그래서, 시키는 일을 매우 충성스럽게 해낸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가운데에서는 만나기가 참으로 어려운 모습이라 더 귀하고 감동적으로 생각된다.

느헤미야 7장에 보면 "하나냐"라는 사람이 나온다. 이 사람은 충성스럽고 하나님을 경외함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느헤미야 7:2)

2 내 아우 하나니와 영문의 관원 하나냐가 함께 예루살렘을 다스리게 하였는데 하나냐는 충성스러운 사람이요 하나님을 경외함이 무리 중에서 뛰어난 자라

 

이 설명은 바람직한 종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종으로서의 나도 하나냐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믿음을 갖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하나냐와 노마두들의 모습을 마땅히 배울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믿음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느헤미야와 더불어 무협소설을 읽어보아야... 하는 건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