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있어요?" "뭘 말씀하십니까?" "단두대요. 지금 눈이 가려져 있어 찾을 수 없어요. 제 얼굴을 댈 받침대가 어디 있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1554년, 2월 12일. 형장에 있는 모두가 제인 그레이의 이 말에 또 씁쓸한 한숨을 내쉬었다. 곧 죽을 제인은 그 순간에도 공손하고, 겸허했다. 그녀는 하얀 두 손을 더듬대며 자기 목을 올릴 곳을 찾고 있었다. 이를 본 몇몇은 울컥하는 마음을 재차 억눌러야 했다. "이쪽입니다. 여기 딱딱한 걸 만질 수 있지요? 이 위로 턱을 놓고, 그다음 엎드리시면..." "고맙습니다." 제인은 안내한 이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녀는 울음을 참는 게 분명했다. 목소리 또한 가늘게 떨렸지만, 이를 끝까지 억누르는 듯했다. 그녀는 그렇게 최후의 순간 앞에서도 의연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