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부를 수 있는 노래인 아리랑.
H. B. 헐버트 선교사가 그의 저서 "Korea Repository"에서 '조선인에게 아리랑은 쌀과 같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아리랑은 한국사람의 삶 속에 깊이 자리잡은 노래이다. 일설에는 아리랑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하며, 201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곡이지만, 사실 아리랑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아리랑' 이라는 제목으로 전승되는 민요의 수가 약 60여종, 3,600여 곡에 이른다고 한다
위의 가사는 서울아리랑, 또는 경기아리랑이라고 하는데, '아리랑'이라는 구절이 들어가는 민요는 모두가 아리랑으로 불린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아리랑'이라는 구절인데, 이 구절의 의미와 유래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가장 보편적이고도 쉬운 해석으로는 '흥을 돋우고 음조를 메워 나가는 구실을 하는 의미없는 후렴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상의 경험에 근거해서 생각해 보면 '의미없는 후렴구'가 불명확할 정도의 오래전부터 비롯되었고, 전국적으로 퍼져있다는 주장은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아리랑 또는 아리랑 고개의 기원과 유래에 대해 찾아보면, 다양한 사람에 의해서,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이론들이 제기되어 왔음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朴赫居世)의 비(妃)인 알영(閼英)은 왕비가 된 후 왕과 함께 국내를 다니면서 농작과 양잠을 장려했고, 이러한 알영의 행위를 백성들이 칭찬하고 덕을 칭송하기 위해 '알영 알영'하고 노래 부르던 것이 '아리랑 아리랑'으로 변했다는 설
◆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朴赫居世)의 비(妃)인 알영(閼英)은 알영정(閼英井)이라는 우물에 살던 계룡(鷄龍)의 옆구리에서 탄생했다고 하며, 알영정(閼英井)으로 올라가는 알영고개가 변하여 아리랑고개로 됐다는 설
◆ 옛날 밀양부사(密陽府使)의 외동딸 아랑(阿娘)이 젊은 통인(通引)의 청혼(請婚)을 거절하다가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다는 전설을 애도(哀悼)한 데서 나왔다는 설
◆ 한반도 중동부에 위치한 심산유곡의 강원도 정선 땅에서 유래했으며, 가락만 전승되어 오다가 고려조 말에 이곳으로 온 고려 충신 칠현(七賢)이 전통가락에 가사를 붙여넣어 가사가 시작됐다는 설
◆ 대원군 때, 불에 탄 경복궁을 다시 세우기 위해 원납금(願納金)의 성화에 단원아이롱불문원납성(但願我耳聾不聞願納聲) 즉 '원하노니 이 내 귀 어두워져라 원납소리 듣기도 싫다'는 시(詩)가 한 입 두 입 건너는 동안에 아이롱(我耳聾)이 변하여 아리랑이 됐다는 설
◆ 대원군 때, 불에 탄 경복궁을 다시 세우기 위해 수많은 백성들에게 강제노역을 시키는 중에 백성들 사이에서 '어유하아난리(魚遊河我難離)' 즉 '고기는 물에서 노는데, 우리는 떠나기도 어렵구나'의 '아난리(我難離)'가 널리 퍼지면서 아리랑이나 아라리요로 변했다는 설
◆ 대원군 때, 불에 탄 경복궁을 다시 세우기 위해 수많은 백성들에게 강제노역을 시키는 중에 부모처자를 떠나 부역(賦役)온 인부들이 고향 생각에 아리낭(我離娘)하고 노래하던 것이 아리랑의 발단이라는 설
◆ 대원군의 집정 때, 아라사(俄羅斯, 러시아), 미국, 일본, 영국의 공관이 설치되자 세계 대세를 경계하고 민족적 자각을 촉구하는 뜻에서 이를 '아미일명(俄美日英)'이라고 불렀으며, 이것이 아리랑으로 전음(轉音)됐다는 설
◆ 조선 말 대원군 때, 경복궁 중수 과정에서 전국 각지에서 끌려온 백성들이 문경 땅에서 베어져 온 박달나무를 깎고 다듬고 세우는 노역의 고단함을 덜기 위해 정선지역 인부들이 흥얼거리는 강원 아라리를 따라 부르면서 배웠고, 부역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 후 현지의 음악어법과 정서에 맞게 변이시켜서 퍼졌다는 설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등은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함)
◆ 고대에 성립되어 차츰 변형이 이루어져 왔고, 대원군 시대에 들어와 경복궁 공사를 위한 가렴주구가 얽혀서 여러 변이형이 생기고 내용상에도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는 설
◆ 집을 지으며 상량식을 할 때 불려지는 상량문(上樑文)의 “아랑위 포랑동 아량위 표랑서...”라는 구절에서 유래하였으며, 경복궁 중수 공사 7년간에 축조된 수많은 건물의 상량식을 통해 일꾼들의 입을 통해 노래처럼 불려졌다는 민속학자 이능화의 설
◆ 낙랑(樂浪)은 '아라' 또는 '알라'에 대한 사음(寫音)으로 해석되었고, 아리랑고개는 낙랑(樂浪)의 남계(南界)이자 서북 통로의 관문(關門)인 자비령(慈悲嶺) 동선령(洞仙嶺)이며 고국땅을 등지고 남하(南下)하는 백성들의 감정이 담겨있기에 노래가 애조(哀調)를 띄고 있다는 역사학자 이병도(李丙燾)의 설
◆ 아리랑은 아리령(嶺)의 음전(音轉)이고, '아리'는 '밝(光)'의 고어, ‘랑’은 령(嶺)의 전음으로서 아리랑 고개란 광명한 고개라는 뜻이 되며, 북방에서 한반도로 이주해오던 한민족의 조상들이 높은 산을 넘어오면서 세상이 환하게 내려다보이는 고개를 '아리령'이라고 불렀고, 아리령을 넘어노면서 자신들의 처지를 노래한 것이 아리랑이 되었다는 향가연구의 대가 양주동(梁柱東)의 설.
◆ "닐늬리", "청산별곡", "군마대왕(軍馬大王)"의 후렴구처럼 관악기의 구음(口音)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유래되었다는 설
아리랑에 대한 각종 이론들이 이렇게 많은 것은, 아리랑이라는 노래가 그만큼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배어있다는 뜻이며, 한편으로는 아리랑이라는 노래의 유래에 대해서 그만큼 알려진 것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이와 같은 이론들 외에 최근에는 기독교의 관점에서 성경의 역사를 추론하여 아리랑의 기원을 주장하는 이론들도 있다.
◆ ‘아리랑’의 ‘아리’ 는 히브리어와 메소포타미아어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단어로서 아리랑은 연인간의 이별보다 더 크게 사무친 이별의 감정을 담은 말이며, 바벨탑 이후 민족들이 흩어지는 과정에서 아라랏을 넘어 온 사람들이 슬픈 이별을 노래한데서 나왔다는 창조사학회 김성일 장로의 설
◆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를 '아리랑과 스리랑은 아라리에서 태어났네’로 추론하여, '아리아인(Aryan)과 수메르인(Sumerian)은 중앙아시아의 아랄해(Aral Sea) 일대에서 태어났다'는 뜻으로 해석하며, 이들이 한반도로 이주하여 한국인의 조상이 되었고, '아랄해' 일대를 뜻하는 ‘알(Ar)’ 은 ‘생명의 기원’ 을 의미하는 ‘알(卵)’의 뜻과 '시작, 첫째, 위대한'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는 "알알문명"의 저자 오광길 씨의 설
◆ ‘아리랑’의 원형은 ‘알이랑’이고, ‘알’은 모든 사물의 '핵심, 시작'의 뜻으로서 홍수 이전의 사람들이 하나님을 부르던 신명(神名)이라는 "또 하나의 선민 알이랑 민족"의 저자 유석근 목사의 설
이들 주장에서는 '알'이라는 단어가 하나님을 부르던 이름이며 고대 근동의 ‘엘(El)’과 같은 것이라는 주장이 눈에 뜨인다. 노아의 방주 이후에 아라랏 부근에 살던 사람들은 본래 하나님을 ‘엘’ 이라고 불렀는데, 세월이 흘러 노아의 후손들 일부가 하나님을 ‘알’ 이라고도 불렀다는 것이다. 언어학적 관점에서 보면, ‘알’ 이라는 단어는 우랄 알타이 언어의 원형 어휘로서 하나님을 뜻한다는 것이다.
셈계의 언어에서는 아브라함의 자손 중 이스마엘 족속들이 하나님을 ‘알’ 또는 ‘알라(‘알아’로 하나님을 부르는 소리)’라고 부르는 것이 그 흔적이며, 아라랏은 ‘알아랏’으로서 ‘하나님의 산’이라는 뜻이며, ‘알타이’도 ‘하나님의 산’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메아리’는 ‘뫼알'에서 비롯되어 산에 있는 하나님을 가리키며, ‘하늘’은 ‘한알’로서 ‘큰 신’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따르면, 창조주를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알님’ 앞에 크고 위대하며 유일하다는 의미의 ‘한’ 을 붙인 ‘한알님’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아리랑은 ‘알이랑 알이랑 알알이요’ 로 이해할 수 있으며, 본래는 ‘엘이랑 엘이랑 엘엘이요’가 된다. ‘랑’ 은 ‘~와 함께’라는 말이므로, 아리랑은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과 함께 삼위일체 되신 하나님과 함께’ 라는 말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아리랑은 한민족의 뿌리가 아라랏에서 시작한 셈 또는 수메르의 자손이며, 하나님을 섬겼던 민족으로서 하나님과 함께 한반도에 이르게 됐다는 메시지가 담긴 노래라고 추정할 수 있게 된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분명 아전인수격, 광신도적 해석이라며 손가락질을 할 만한 해석이다.
기독교인이더라도 사이비적 해석이 아닌가 의심하거나, 광신도적 해석으로 생각하여 같은 기독교인임을 부끄러워하거나, 억지스러운 해석으로 생각하여 코웃음을 칠 법하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면 원숭이가 사람이 되는 일보다는 더 큰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해석이 사실이었으면 참 좋겠다는 바램을 갖게 된다.
그러나, 아리랑 노래의 전반부를 제외한 후반부의 내용은 이러한 해석에 부합하지 않는다. 만일, 만일, 위의 해석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하면 맞출 수가 있을까...
어떻게 하면 맞출 수가...
어떻게 하면...
두가지 요소를 추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가지는, 구전되는 과정에서의 오류이다. 문장 내에서 주어와 목적어는 조사가 있기 때문에 전체 내용에 영향을 주지 않은 채로 자리를 바꿀 수 있는데, 이렇게 자리를 바꾼 상태에서 각각의 조사들에 혼란이 발생하면 전체 내용이 바뀌어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내가 님을 버리고 가시면 --(자리 바뀜)--> 님을 버리고 가시는 나는 --(조사 바뀜)-->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또 한가지는, 일상생할에서 불려지는 과정에서 보다 더 쓰임새가 많은 용도로, 보다 더 정서에 맞는 용도로 사용되면서 고착화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요든, 팝이든 가장 흔한 오래는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 그 중에서도 특별히 이별 이야기이듯이 이렇게 바뀐 가사가 떠나는 님을 향해 불려지는 경우가 많음에 따라 지금의 가사로 자리잡은 것이 아닐까 싶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이러한 두가지 요소를 고려해 본다면, 아리랑의 원래의 형태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알이랑 알이랑 알알이요
알이랑 고개를 넘어간다
님을 버리고 가시는 나는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떠오르는 성경구절이 있다.
(신명기 8:3-4)
3 너를 낮추시며 너를 주리게 하시며 또 너도 알지 못하며 네 조상들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네게 먹이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가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
4 이 사십 년 동안에 네 의복이 해어지지 아니하였고 네 발이 부르트지 아니하였느니라
하나님께서는 출애굽 과정의 광야생활 4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과 동행하시며, 그들의 발이 부르트지 않도록 지켜주셨다. 하나님과 동행하면 그들의 발은 부르트지 않았던 것이다. 만일 하나님과 동행하지 않았다면, 하나님을 떠났다면, 하나님을 버렸다면... 십리도 못가서 발이 부르트고 말았을 것이다. 발이 부르트는 것, 곧 발병을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은 노래가 될 것이다.
님을 버리고 가시는 나는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광야의 길과 마찬가지로 하나님과 고개를 넘는 그 길도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길이며, 그 길이 얼마나 길고 멀었든지 간에, 설령 맨발로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길이었다고 해도 하나님께서 동행하시는 한은 발이 부르트지 아니하였던 것이다.
아리랑이 그런 뜻이었으면 참으로 기쁘겠다.
아리랑 고개가 그런 뜻이었으면 참으로 기쁘겠다.
그래서, 내가 자랑스럽게 외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나는 하나님께서 발병도 보호해주시며 인도하신 백성의 후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