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교회는 묵도로 예배를 시작하고, 어떤 교회는 종을 쳐서 시작하며 또 어떤 교회는 사도신경을 함으로써 시작합니다. 과연 어느 것이 옳은 방법인가요?
▒ 열린 예배나 경배와 찬양 형식의 예배에서는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예배가 시작되는지 모호합니다. 만일 찬양이 시작되는 시점부터라면 그 시각에 설교자와 예배위원들이 모두 강단에 입장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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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예배의 역사에서 가장 많이 쓰인 예배의 시작 방법은 바로 '인사'입니다. 이 인사는 집례자가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십니다."라는 말로 인사를 하면, 인사를 받은 회중이 "또한 당신과도 함께하십니다."라고 화답합니다. 이러한 인사법에 대한 최초의 문헌적인 증거는 기원후 215년경에 쓰인 『사도전승』이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일찍부터 사용되었다고 추측됩니다. 이 문헌은 성만찬 예식을 소개하면서 맨 처음에 이 인사를 한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이 인사에 관한 『사도전승』의 기록입니다.
감독이 선출되면, 모든 사람이 그에게 평화의 인사를 나눈 다음 합당한 분이 되셨다고 인사를 합니다. 그 후에 부제들이 그에게 봉헌물을 가져다 바치면, 그는 다른 모든 사제와 함께 손을 그 위에 펼치며 다음과 같이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그러면 모든 사람은 '또한 당신의 영과도 함께'하고 인사합니다. 감독이 '마음을 높이 드십시오.'하고 말하면 회중은 '우리의 마음을 주께로 높이 듭니다.'라고 화답합니다. 감독이 '주님께 감사합시다.'하고 말하면, 회중은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하고 인사합니다.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의례적인 인사를 나눈 뒤 바로 강론이 시작되었다."라고 기록했는데, 여기에서 '의례적인 인사'는 위에 언급된 인사를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인사의 성경적 근거는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사기 6:12에서 여호와의 사자는 기드온에게 "큰 용사여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시도다"라고 인사했고, 웃기 2:4에서 보아스는 보리를 베는 사람들에게 "여호와께서 너희와 함께 계시기를 원하노라"하고 인사했습니다. 누가복음 1:28에서 천사 가브리엘은 마리아를 만나서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하시도다"하고, 데살로니가후서 3:16에서 바울은 "주는 너희 모든 사람과 함께하실지어다"하고 인사했습니다. 이러한 기록들을 볼 때, 이 인사법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유대인들의 인사법이었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예배 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인사의 신학적 의미는 예배 공동체가 주님을 모시고 예배를 시작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선포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러한 신학적 의미와 전통 때문에 오늘날에도 동방교회(1054년 교회가 분영될 때 콘스탄티노플, 알렉산드리아, 안디옥 등 당시 로마 제국의 동쪽 지역에 위치한 교회들을 가리킵니다. 오늘날의 그리스 정교회와 러시아 정교회가 대표적인 동방교회입니다.)를 포함하여 로마 가톨릭, 루터교회, 성공회, 미국 장로교회나 미연합감리교회 등 많은 교회들이 이 인사를 하면서 예배를 시작합니다.
인사가 아닌 다른 순서와 함께 예배를 시작한 예는 종교개혁자 칼빈에게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는 1542년 제네바에서 펴낸 예배 의식문에서 "우리의 도움은 주의 이름에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예배를 시작하도록 했고, 1644년에 채택된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예배에의 부름'으로 예배를 시작하도록 했습니다. 예배에의 부름으로 예배를 시작하는 한국교회의 관습은 장로교 선교사들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한국 최초의 특별예배가 1896년 부활절과 성금요일, 그리고 오순절에 새문안교회에서 행해졌는데 이 예배는 찬송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선교사 모펫이 1895년 초신자들을 교육하기 위해 출판한 『위원입교인규됴』에서도 주일예배는 찬송으로 시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약간 늦은 1919년, 클라크 선교사가 출판한 『목사지법』이라는 책에는 주일예배를 '시작의 말' 또는 '예배의 부름'으로 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1934년에 출판된 『예배첩경』은 예배를 찬송으로 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초기 한국교회의 예배가 뚜렷하게 정해진 입장 없이 찬송 혹은 예배에의 부름과 함께 시작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후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타종'과 '묵도'로 예배를 시작하는 관행을 유지해 왔습니다만, 최근에는 찬송을 여러 곡 이어서 부르다가 기도와 광고 등 한두 가지의 순서를 거친 뒤에 곧바로 성경봉독과 설교로 들아가는 소위 경배와 찬양 형식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형식의 예배에서 예배의 시작은 과연 어느 시점부터일까요? 예전에는 타종을 했기 때문에 그 타종 시점이 예배의 시작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경배와 찬양 형식의 예배에서는 타종이 없기 때문에 명확한 시작 시점을 알기 어렵습니다.만일 첫 찬송을 시작하는 시점이 예배의 시작 시간이라면 그 시각에 모든 예배 인도자와 회중이 제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 보통입니다. 또한 경배와 찬양 형식의 예배에서 찬양은 목사가 아닌 찬양 리더에 의해 행해지기 때문에 예배의 집례자가 누구인지에 관해서도 혼란을 줍니다.
예배에서는 반드시 예배의 시작을 알리는 순서가 있어야 합니다. 차제에 한국교회도 초대교회에서 그랬듯이 인사로 예배를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이 방법이야말로 성경적이며, 역사적이고, 신학적인 예배의 시작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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