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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배에 관한 질문과 답변」

Q34. 성만찬 후에 남은 빵과 포도주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아리마대 사람 2022. 12. 20. 13:47

▒ 성만찬 후에 남은 빵과 포도주는 땅에 묻어야 한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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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성만찬을 거행하고 남은 카스테라 빵과 포도즙을 땅에 파묻는 교회를 보았습니다. 왜 그것들을 땅에 묻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대답밖에 들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마침 그날이 성만찬을 거행하는 날이었습니다. 성만찬을 하고 난 후에 남은 빵 조각들을 비닐봉투에 담아서 교역자실로 가져다 놓았는데 교역자 중 누구도 그것을 먹거나 집으로 가져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거 제가 먹어도 됩니까?"하고 물었더니 그중에 한 교역자가 매우 반색을 하면서 남은 빵과 포도주를 얼른 내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무엇인가를 암시해줍니다. 즉 성찬식에서 사용된 빵과 포도주에는 뭔지 모를 '영적인 기운'이 그 안에 들어 있어서 보통의 빵, 보통의 포도주와는 분명히 다르며, 그러므로 먹기에는 왠지 꺼림칙하고 또 함부로 다루다가는 괜히 화를 당할 것 같다는, 다소 미신적인 생각이 아닐까요?
성만찬을 하고 남은 빵과 포도주는 과연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신약의 교회들은 성만찬 후에 남은 음식을 싸서 공동체 안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성만찬이 제대로 된 저녁식사와 함께 행해졌기 때문에 남은 음식의 양도 많고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사도행전 6장에 나오는 스데반을 포함한 일곱 명(흔히 '일곱 집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은 바로 이 식탁 봉사와 구제를 위해 선출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성만찬이 소량의 상징적인 식사로 바뀌고, 성만찬에서 사용된 빵과 포도주에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이후에도 처리방법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성경 이후로 성물의 처리에 관해 언급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후 165년경에 기록된 순교자 유스티누스의 『첫 번째 변증문』입니다. 이 문헌은 말씀과 성만찬이 함께 있던 초기 예배에 관한 대략적인 묘사를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집례자가 감사의 기도를 끝나면 모든 회중이 '아멘'으로 동의를 표한 후에, '집사'(부제)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성별된 빵과 포도주와 물을 각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며, 결석한 사람들에게 그것을 가져다 줍니다.

또한 이보다 약 50년 뒤에 기록된 『사도전승』은 성찬의 빵에 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모든 이는 불신자나 쥐나 다른 짐승이 성찬의 빵을 먹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하며, 그것들을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잃어버려서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신자들이 먹아야 할 주님의 몸이기 때문이며 그러므로 천시되어서는 안 됩니다.

포도주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이 명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성되었기 때문에 여러분은 그것을 그리스도의 피의 '표상'으로 받게 됩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천시하여 쏟아버려서는 안되며, 이질적인 영이 그것을 핥도록 해서도 안 됩니다. 주님께서 값을 지불하신 그 가치를 여러분이 업신여길 때는 그 피에 대하여 죄를 짓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초대교회의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성찬식 후에 남은 성물들은 단순히 빵과 포도주가 아닌 주님의 몸과 피로 여김을 받았으며, 그러므로 소중히 다루되 그 처리는 공동체가 먹는 방식이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흘러가면서 성만찬의 신학에 따라 처리 방식도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로마 가톨릭은 화체설을 믿기 때문에 남은 성물의 처리에 대해 가장 엄숙한 태도를 취합니다. 일반적으로 빵은 제대(보통 제단이라고 부르며, 성만찬이 거행되는 식탁을 지칭합니다. 제대라는 말은 로마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용어이고, 개신교회는 '성찬상', '성찬대' 또는 '식탁'이라고 부릅니다.)에 설치된 '감실'이라고 부르는 곳에 보관했다가 다음 주 미사 때 사용하며, 포도주는 성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집전 신부가 완전히 소화합니다. 개신교회의 처리 방식과 관련해서는 미연합감리교회의 경우가 좋은 참조가 될 것입니다. 그들은 세 가지 방식을 열어놓고 있는데 첫째는, 질병 등의 이유로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는 것이고, 둘째는, 예배 후에 주님의 식탁을 정리하면서 목사와 성도들이 함께 먹는 것이며, 셋째는, 땅에 파묻거나 뿌리는 것입니다. 이 세 번째 방식에 관해서 그들은 자못 흥미로운 해석을 붙여 놓았는데, 그것은 현대의 생태학적 관심을 나타내는 상징이라는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이제부터라도 성만찬 후에 남은 성물에 관해 확실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명히 그것은 보통의 빵과 포도주와는 다릅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이며, 거룩한 목적에 사용된 것이고 또한 기도에 의해 거룩하게 되었기 때문에 소중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목사관으로 가져가서 목사 혼자서 소화하든지, 아니면 예배 후에 교회의 장로들이나 다른 예배 봉사자들과 함께 경건하게 남은 빵과 포도주를 소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