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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배에 관한 질문과 답변」

Q36. 성만찬을 새벽기도회에서 거행해도 되나요?

아리마대 사람 2022. 12. 20. 16:53

▒ 주일낮예배에서 성만찬을 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불편해서 새벽기도회 시간이나 수요일 혹은 주일오후예배 시간 중에서 적당한 때를 골라 거행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없는지요?

 

기도실 같은 곳에 성만찬의 떡과 포도주를 진열해놓고 누구든지 편리한 시간에 와서 자유롭게 기도하고 먹도록 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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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만찬은 교회 공동체가 함께 모여서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며 함께 떡을 떼는 감사의 잔치, 천국의 만찬, 공동체의 식사입니다. 따라서 성만찬은 공동체의 구성원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거행되어야 합니다. 이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은 고린도전서 11장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시 고린도 교회는 교인들 간에 파벌이 생겨서 하나로 화합하지 못했습니다.

(고린도전서 1:10-12)
10 형제들아 내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모두가 같은 말을 하고 너희 가운데 분쟁이 없이 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 온전히 합하라
11 내 형제들아 글로에의 집 편으로 너희에 대한 말이 내게 들리니 곧 너희 가운데 분쟁이 있다는 것이라
12 내가 이것을 말하거니와 너희가 각각 이르되 나는 바울에게, 나는 아볼로에게, 나는 게바에게, 나는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라 한다는 것이니

이러한 파벌 간의 분쟁이 성만찬에서도 나타났습니다. 교인들 가운데 일부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다른 사람들이 오기도 전에 먼저 성만찬을 거행하면서 빵을 배부르게 먹고 취하도록 포도주를 마신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1:20 이하의 말씀은 다음과 같이 당시의 상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11:20-21)
20 그런즉 너희가 함께 모여서 주의 만찬을 먹을 수 없으니
21 이는 먹을 때에 각각 자기의 만찬을 먼저 갖다 먹으므로 어떤 사람은 시장하고 어떤 사람은 취함이라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먼저 와서 배불리 먹고 취하도록 마신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그것은 교회 안의 부자들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교회에 갈 때 헌금을 가지고 가듯이, 1세기 무렵에는 사람들이 교회에 갈 때 빵과 야채, 포도주 등을 가지고 갔습니다. 가져온 것들을 지정된 장소에 놓으면, 예배 중에 담당자가 적정량의 빵과 포도주를 추려내 앞으로 가져와 바칩니다. 그러면 예배를 인도하는 사람이 그것을 들어서 감사의 기도를 드린 다음 모두가 그것을 나누어 먹고, 남은 것은 교회 안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분배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듯이, 부자들은 품질이 좋은 빵과 포도주를 많이 가지고 오는 데 비해, 가난한 사람들은 소량의 값싸고 맛이 덜한 것들을 가져오거나 아니면 그것마저 가져오지 못하고 빈손으로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당시에는 주일이 일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교인들은 아침에 직장에 갔다가 저녁에 퇴근해서 예배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부자나 자영업자들은 퇴근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서 일찍 올 수 있었지만, 피고용자, 일용직 노동자, 길거리 좌판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예배당에 오는 것도 늦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온 사람들이 자신들이 가져온 질 좋은 빵과 맛 좋은 포도주를 실컷 먹고 마셔버리자 나중에 온 가난한 사람들이 먹고 마실 것이 남아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도바울은 이것을 책망했습니다.

 

(고린도전서 11:22)
22 너희가 먹고 마실 집이 없느냐 너희가 하나님의 교회를 업신여기고 빈궁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느냐 내가 너희에게 무슨 말을 하랴 너희를 칭찬하랴 이것으로 칭찬하지 않노라

그러면서 사도 바울은 진정한 성만찬이 무엇인지를 설명한 뒤에, 다음과 같이 성만찬 거행의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고린도전서 11:27-34)
27 그러므로 누구든지 주의 떡이나 잔을 합당하지 않게 먹고 마시는 자는 주의 몸과 피에 대하여 죄를 짓는 것이니라
28 사람이 자기를 살피고 그 후에야 이 떡을 먹고 이 잔을 마실지니
29 주의 몸을 분별하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자는 자기의 죄를 먹고 마시는 것이니라
30 그러므로 너희 중에 약한 자와 병든 자가 많고 잠자는 자도 적지 아니하니
31 우리가 우리를 살폈으면 판단을 받지 아니하려니와
32 우리가 판단을 받는 것은 주께 징계를 받는 것이니 이는 우리로 세상과 함께 정죄함을 받지 않게 하려 하심이라
33 그런즉 내 형제들아 먹으러 모일 때에 서로 기다리라
34 만일 누구든지 시장하거든 집에서 먹을지니 이는 너희의 모임이 판단 받는 모임이 되지 않게 하려 함이라 그밖의 일들은 내가 언제든지 갈 때에 바로잡으리라

이 모든 말씀을 통해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는 바는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한 자리에서 성만찬이 거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집안에서 잔치를 하는데 가족 구성원 중 일부가 없을 때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것은 가족이 함께 화합하고 즐거워하는 잔치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을 섭섭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서로 불화하게 만드는 잔치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잔치는 모든 구성원이 다 모인 자리에서 행해야 합니다. 성만찬도 잔치이기 때문에 모든 성도가 모인 자리에서 행해야 합니다. 물론 모두가 올 수 있는 시간에 잔치를 열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오지 못한다면 그것은 별개의 문제지요.
또 성만찬을 기도실 같은 곳에 진열해놓고 사람들이 편리한 시간에 와서 기도하고 먹도록 하는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 스투키 교수는 재미있는 비유를 했는데, 이 비유는 성탄절에 온 가족이 모여서 하는 잔치를 앞두고 부모가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 형식으로 쓰여졌습니다.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얘들아, 너희들도 알다시피 우리는 여러 해 동안 성탄절 때마다 온 가족이 모여서 먹을 잔치를 준비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좀 색다른 방식으로 하려고 한다. 사실 이번 성탄절인 12월 25일에 우리는 집에 있지 않을 예정이다. 그러나 우리 집은 온종일 개방되어 있을 것이고, 음식 또한 다른 때처럼 잘 준비해서 상에 차려 놓을 거야. 그러니까 너희들은 언제라도 올 수 있는 시간에 와서 마음껏 음식을 먹고 몇 시간이고 머물다가 돌아가렴. 다만 한 가지 부탁할 것은, 그 집에 머무는 동안에는 서로 이야기를 하지 말았으면 한다. 기쁜 성탄을 축하한다. 엄마가.

잔치가 이 편지와 같이 행해진다면 어떨까요? 한마디로 말해서 이것은 잔치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본래 잔치라는 것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친교와 공동체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풍성함과 즐거움을 누리는 것입니다. 침묵 속에 각자 자신의 빵과 잔을 받고 묵상하는 한국교회의 성만찬은 개인적 경건을 더해주기는 하지만, 하나님의 면전에서 함께 먹고 마시는 공동체의 감사잔치라는 느낌은 별로 느낄 수 없습니다. 더욱이 성찬을 한 곳에 차려놓고 누구든지 편리한 시간에 와서 먹게 한다면, 그것은 공동의 잔치라기보다는 언제든지 와서 자신이 필요한 것을 사가지고 나가는 '편의점'같은 것이 아닐까요?
성만찬은 모든 성도가 모이는 주일낮예배에서 행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고린도전서에서 사도 바울이 그토록 강력하게 촉구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사실 한국교회가 성만찬을 주일낮예배가 아닌 주일저녁예배,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심지어 새벽기도회에서 행하려고 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입니다. 성만찬을 거행하려면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주일낮예배에서 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목사가 사활을 걸고 준비한 설교에 성도들이 집중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봅시다. 과연 이러한 이유들이 성만찬을 희생시키면서까지 해야 할 만큼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것일까요? 성만찬은 주님께서 직접 제정하셨고, 주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표현하는 가장 훌륭한 행위입니다. 교회는 성만찬과 함께 태어났고, 예수님이 승천하신 이후 사도들이 매일 모여서 거행할 정도로 기독교 예배 모임의 핵심이었습니다. 설교 없는 예배가 불가능하듯이, 성만찬 없는 예배도 불가능합니다.
만일 시간이 부족해서 예배 순서 중 일부를 없애야 한다면 성만찬은 맨 나중의 선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1년에 서너 번 성만찬을 거행하는 데 익숙한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상황과 정서를 감안한다면, 우선은 주일낮예배가 아닌 새벽기도회, 수요예배, 금요기도회에서라도 자주 자주 거행하는 것이 차선책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