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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배에 관한 질문과 답변」

Q40. 세례는 어떤 사람이 받을 수 있나요?

아리마대 사람 2022. 12. 22. 20:03

▒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구원의 확신이 있을 때 세례를 받아야 하는데, 군대에서는 그렇지 않고 무조건 많은 장병들을 데려다가 세례를 주는 것 같습니다. 과연 이렇게 받는 세례도 효력이 있나요?

 

성경에는 예수를  믿기 시작한 지 얼마 만에 세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인위적으로 세례 준비 기간을 정해 두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인가요?

 

세례는 반드시 전 교인이 보는 앞에서 받아야 하나요? 목사님과 단 둘이 받으면 안 되나요? 어떤 목사님은 자기 아들을 강에 데려가서 개인적으로 세례를 주었다고 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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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한국교회에는 '학습'이라는 것이 유행했습니다. 교회에 나오기 시작해서 6개월쯤 성실히 다니면 받는 것이지요. 세례는 학습을 받고 난 뒤 6개월쯤 지나서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교회에 나와서 세례받기까지 약 1년이 걸린 셈입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학습이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연히 세례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짦아졌습니다. 어떤 교회에서는 복음을 듣고 예수를 영접하여 구원의 확신이 생기면 세례를 주는데, 이 기간이 짧게는 한두 달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또 군대에서는 '진중세례'를 베푸는데, 이는 초코파이나 시계 등의 선물을 주며 장병들을 '모집'하여 한꺼번에 몇 백 혹은 몇 천 명에게 세례를 주는 것입니다. 과연 세례는 누가, 언제, 어떻게 받는 것이 좋을까요?
예수님을 영접한 사람에게 기간에 상관없이 세례를 주는 한국교회의 관습은 두 개의 신약성경 본문에 대한 오해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는 베드로가 복음을 전할 때에 3,000명이 세례를 받았다는 기록입니다.

(사도행전 2:37-41)
37 그들이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찔려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에게 물어 이르되 형제들아 우리가 어찌할꼬 하거늘
38 베드로가 이르되 너희가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사함을 받으라 그리하면 성령의 선물을 받으리니
39 이 약속은 너희와 너희 자녀와 모든 먼 데 사람 곧 주 우리 하나님이 얼마든지 부르시는 자들에게 하신 것이라 하고
40 또 여러 말로 확증하며 권하여 이르되 너희가 이 패역한 세대에서 구원을 받으라 하니
41 그 말을 받은 사람들은 세례를 받으매 이 날에 신도의 수가 삼천이나 더하더라

또 하나는 에티오피아 내시가 병거를 타고 가다가 빌립을 만나 그에게 복음을 듣던 중 물이 있는 곳에 이르렀을 때 즉시 세례를 받았다는 기록입니다.

(사도행전 8:26-39)
26 주의 사자가 빌립에게 말하여 이르되 일어나서 남쪽으로 향하여 예루살렘에서 가사로 내려가는 길까지 가라 하니 그 길은 광야라
27 일어나 가서 보니 에디오피아 사람 곧 에디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모든 국고를 맡은 관리인 내시가 예배하러 예루살렘에 왔다가
28 돌아가는데 수레를 타고 선지자 이사야의 글을 읽더라
29 성령이 빌립더러 이르시되 이 수레로 가까이 나아가라 하시거늘
30 빌립이 달려가서 선지자 이사야의 글 읽는 것을 듣고 말하되 읽는 것을 깨닫느냐
31 대답하되 지도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어찌 깨달을 수 있느냐 하고 빌립을 청하여 수레에 올라 같이 앉으라 하니라
32 읽는 성경 구절은 이것이니 일렀으되 그가 도살자에게로 가는 양과 같이 끌려갔고 털 깎는 자 앞에 있는 어린 양이 조용함과 같이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
33 그가 굴욕을 당했을 때 공정한 재판도 받지 못하였으니 누가 그의 세대를 말하리요 그의 생명이 땅에서 빼앗김이로다 하였거늘
34 그 내시가 빌립에게 말하되 청컨대 내가 묻노니 선지자가 이 말한 것이 누구를 가리킴이냐 자기를 가리킴이냐 타인을 가리킴이냐
35 빌립이 입을 열어 이 글에서 시작하여 예수를 가르쳐 복음을 전하니
36 길 가다가 물 있는 곳에 이르러 그 내시가 말하되 보라 물이 있으니 내가 세례를 받음에 무슨 거리낌이 있느냐
37 (없음)
38 이에 명하여 수레를 멈추고 빌립과 내시가 둘 다 물에 내려가 빌립이 세례를 베풀고
39 둘이 물에서 올라올새 주의 영이 빌립을 이끌어간지라 내시는 기쁘게 길을 가므로 그를 다시 보지 못하니라

과연 신약의 교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즉흥적으로 또는 즉시 세례를 주었을까요? 성경 본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베드로의 경우, 우리는 베드로가 외친 바로 그날 '3,000명이 세례를 받았다.'고 이해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도행전 2:40을 보면 "또 여러 말로 확증하며 권하여 이르되"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본문에 따르면 세례를 받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두 단계가 있는데, 그것은 '회개'와 '가르침'입니다. 여기에서 40절에 기록된 '가르침'이 얼마 동안 행해졌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또한 41절, "...이 날에 신도의 수가 삼천이나 더하더라"에서 '이 날'이라는 말이 베드로가 외친 그날과 같은 날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날'이라는 말은 종말론적인 용어로 사용되었으며, 다만 세례를 받은 날에 제자의 수가 3,000명이 더해졌다는 사실을 말할 뿐입니다. 분명한 것은 '여러 말로 확증하며 권하여 이르되'라는 짦은 말 속에 기독교의 핵심적인 교리들에 대한 가르침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에티오피아 내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가 갑자기 세례 받고 싶은 열망에 휩싸여서 세례를 받은 것이 아닙니다. 그는 기도하려고 예배당에 올라갔고, 성경을 읽고 있었으며, 그러한 상태에서 빌립에게 발견되었습니다. 또 성령께서 빌립에게 임하사 그와 동행하게 하셨고, 그리스도 중심의 성경적 가르침을 듣게 하셨습니다.

(사도행전 8:35)
35 빌립이 입을 열어 이 글에서 시작하여 예수를 가르쳐 복음을 전하니

그 뒤에, 자신의 신앙을 고백함으로써 세례를 받기 위한 준비 단계를 밟았습니다. 여기서 "빌립이 입을 열어 이 글에서 시작하여 예수를 가르쳐 복음을 전하니"(행 8:35)라는 짧은 문구는 예수를 구주로 믿는 신자의 삶에 해당하는 의무와 적절한 생활 태도 등의 모든 가르침을 포괄하는 교리교육이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 두 개의 본문에 비록 간략한 말로 표시되긴 했지만, 1세기 당시의 교회는 세례를 주기 전에 복음 선포는 물론 교리 및 신자의 덕목 등에 관한 기독교적 가르침을 제공하는 일종의 '준비 기간'을 가진 것이 분명합니다. 이 준비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아서 정교하게 체계화되었고 그 기간도 길어졌습니다. 기원후 215년경에 기록된 『사도전승』은 당시 로마 교회에서의 세례 준비 기간이 3년이었으며, 후보자의 열심에 따라 그 기간은 다소 조정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세례 예비자는 3년 동안 매일 일터에 나가기 전에 교회에 와서 말씀을 듣고 가르침을 받아야 했으며, 3년이 경과한 후 심사를 거쳐서 사순절 초입에 세례 후보자 명부에 이름을 올린 다음, 사순절 기간 내내 또다시 교육과 축마를 받아야 했습니다. 세례를 받을 때는 분명하게 사탄에 대한 단절과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충성의 서약을 공개적으로 해야 했습니다. 3세기 당시에는 세례 예비자라는 신분이 공개되어 세례를 받기도 전에 순교하는 일이 발생했고, 그러한 사람은 순교당할 때 흘린 자신의 피로 세례 받은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하여 『사도전승』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만일 세례 예비자가 주님의 이름을 인하여 체포된다면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일에 두 마음을 품지 않도록 하십시오. 만일 그가(세례를 받기 전에) 고문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게 된다면, 죄를 용서함 받음에 있어서 그는 의롭다고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피로 세례를 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초대교회에서는 세례를 받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길고 엄격했습니다.이 과정에서 후보자는 예수님을 마음으로 믿는 것뿐만 아니라 진실로 그리스도 중심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왔을 때에만 세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때에 공개적인 신앙의 고백은 필수였습니다.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진중세례를 베푸는 데에는 그 나름으로의 이유가 있겠지만, 적어도 교구교회에서 세례를 베풀 때에는 철저한 신앙의 고백과 그에 따른 삶의 변화,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 그리고 기독교 교리에 대한 체계적인 가르침 등이 주어지는 준비 과정이 있어야 하며, 세례는 이것들을 엄격히 시행한 후에 비로소 주어져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교회와 성도들의 신앙이 투철해지고 세상이 주는 유혹에 그리스도 신앙을 쉽게 팔아넘기는 사람이 없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