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어에서 파생된 히브리어 '메시야'는 '기름부음을 받은 자'라는 의미이며, 이스라엘의 문화 가운데에는 이 말의 의미가 배여 있었기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이 부활, 승천하시고 성령님이 강림하신 후, 이방인들에게 예수님이 메시야이심을 전할 때에 어려움이 발생했다.
(사도행전 2:36)
36 그런즉 이스라엘 온 집은 확실히 알지니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를 하나님이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느니라 하니라
(사도행전 2:38)
38 베드로가 이르되 너희가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사함을 받으라 그리하면 성령의 선물을 받으리니
당시 로마제국의 백성들은 주로 이방인들이었으며, 로마제국의 표준어로 사용되었던 헬라어에는 메시야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새로운 단어가 유래한 나라의 말을 그대로 들여와서 사용하는 '외래어'라는 개념이 있지만, 이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이루어진 시대에 가능한 개념으로서 당시에는 이러한 개념이 없었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로마제국의 영토 중 극히 작은 면적을 차지하는 식민지에 불과한 이스라엘 땅의 백성들이 고유하게 사용해 온 종교적 색채가 짙은 단어, 더군다나 잘못 이해하면 반역의 개념을 담고있는 단어를 외래어로서 인정할 리 만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시야 예수님을 전하기 위해서는 '기름부음을 받은 자'라는 의미의 새로운 단어가 필요했다.
헬라어에는 '기름을 붓는다'는 의미의 두 단어가 있다.
- 알레이포(aleipho): 문자적인 의미에서 기름을 붓다.
- 크리오(chrio): 종교적이고 상징적인 의미에서 기름을 붓다.
이 중 '기름부음(anointing)'에 해당하는, '크리오'의 명사형은 '크리스마(chrisma)'이며, 여기서 '그리스도(christ)'가 파생되었다.
이후 안디옥 교회에서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이 생겨났으며, 바울과 바나바를 통해 그리스도인은 어떤 사람들인지를 알 수가 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그리스도라고 담대히 증언한다. 또한 예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지닌 사람이며, 하나님의 은혜를 보고 기뻐하며, 착하고,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이다.
'그리스도'라는 말이 만들어져서 퍼지고, 이로부터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이 생겨나서 퍼지게 되었을 때, 과연 이 말들은 교회공동체 내에서만 이해되고 사용되었을까? '그리스도인'들은 교회공동체 내에서만 살았을까?
그것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그리스도인들도 세상 가운데에서 살아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주말과 주일이 짧은 이유과 같다. 주말은 이틀뿐이고, 주중의 날들은 닷새가 된다. 주일은 하루뿐이고, 세상의 날들은 엿새가 된다. 모든 사람은 이 세상 가운데에서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공동체 내의 '그리스도인'들의 모든 삶의 양태 또한 교회공동체 내부에서뿐만이 아니라 교회공동체 외부의 세상에 노출되었을 것이다.
흔히 여름철이 다가오면 수영장에 갈 것을 대비해서 몸매를 가꾸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몸이 외부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삶이 교회공동체 외부의 세상에 노출되는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생각을 품고, 자신을 어떻게 가꾸며 살아가야 할까?
요즘 많은 수의 아파트들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고 나면 복도, 계단, 엘리베이타 및 지하주차장 등지에 안내표지를 설치해야 하며, 금연을 지켜야 한다. 만일 금연구역 내에서 흡연을 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간접흡연을 방지하기 위해 발토니,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 금연을 하도록 권고받는다.
만일 금연구역 내에서 누군가가 흡연을 한다면, 이를 감추기란 몹시 어렵다. 흡연 후에 담배꽁초를 처리하고, 흡연자가 자리를 떠난 후에도 담배연기 냄새는 남아서 흡연이 있었음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비유가 참 적절하지 못하지만...
이처럼 어떤 일이 발생한 후, 일을 행한 사람이 자리를 떠나더라도 그 일이 있었음은 냄새로서 알려진다. 이 냄새라는 것은 코를 통해 느껴질 뿐만 아니라 다른 감각기관을 통해서도 느껴지고 발각되는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그리스도인'을 가리켜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말했다.
'그리스도인'은 교회공동체를 넘어 세상으로 전해진 '그리스도의 향기' 이다. 그리스도께서 지금 당장 눈 앞에 계시지 않아도, 그리스도인을 통해서 느껴지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고린도후서 2:15)
15 우리는 구원 받는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
오가다가 우편함을 열어보면 각종 우편물들이 들어있다. 수신자에 이름이 적힌 우편물들도 있지만, 동호수만이 적혀진 우편물들도 있다. 대출 관련된 광고지나 음식점 할인쿠폰 등이 그러하다. 이름이 적힌 우편물들뿐만 아니라 동호수만이 적힌 우편물들도 누군가에 의해 나에게 보내진 것들이다. 똑같이 열어서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바울은 '그리스도인'을 가리켜 '그리스도의 편지'라고 말했다.
'그리스도인'은 교회공동체를 넘어 세상으로 보내진 '그리스도의 편지' 이다. 그리스도인을 접하는 사람은 그 사람을 통해서 그 사람 안에 있는 그리스도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고린도후서 3:3)
3 너희는 우리로 말미암아 나타난 그리스도의 편지니 이는 먹으로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살아 계신 하나님의 영으로 쓴 것이며 또 돌판에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육의 마음판에 쓴 것이라
'그리스도인'은 본인이 원하든 원치않든, 의도했든 아니든 교회공동체를 넘어 세상으로 보내지며, 세상 사람들의 코에, 그들의 손에 전달되어 그리스도를 느끼고 알게 한다.
그러니 '그리스도인'은 반드시 세상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아야 한다. 그리스도인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흔적과 정보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사도행전 2:47)
47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
또한 '그리스도인'은 모든 일에 있어서 반드시 세상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아야 한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을 통해서 그리스도께 드려지는 세상 사람들의 칭송이기 때문이다.
(고린도전서 10:31)
31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로마서는 그리스도인이 교회공동체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세상 가운데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쳐 준다.
(로마서 12:14-21)
14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축복하라 축복하고 저주하지 말라
15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16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 높은 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 스스로 지혜 있는 체 하지 말라
17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
18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
19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20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21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이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을 박해하는 자를 축복해야 하고, 낮은 데 처해야 하고, 악을 악으로 갚아서도 안된다. 사람의 본성과 속성을 거슬러 살아가야 하는 삶인 것이다. 사람의 본성과 속성을 따라서 살아간다면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아닌 것이다. 온전하고 부족함이 없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야고보서 1:3-4)
3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4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
그리스도인은 세상을 향한 향기이며 편지이다. 인내를 통해 악취를 덮어버림으로써 향기를 전해야 하고, 인내를 통해 나쁜 소식을 덮어버림으로써 기쁜 소식, 곧 복음을 전하는 편지가 되어야 한다.
참으로 힘들지만, 이렇게 살아야 한다.
생각해 보자.
천국에 가는 일이 과연 그리 쉬울 수 있겠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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