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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한 조각

디젤차량의 인기

아리마대 사람 2015. 7. 29. 11:20

최근 디젤차량들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디젤기관차, 디젤트럭, 디젤버스...소음, 진동은 포기한 채 그저 힘만 좋은 운송기관의 엔진으로만 알고 있던 디젤엔진이 어느새 자동차에 장착되어, 심지어 잘 팔리기까지 하고 있다. 큰 힘을 내는 운송기관에서 비롯되었음을 나타내듯 최근에는 SUV에 장착되기 시작하여 이제는 승용차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 이러한 배경을 살펴보면 이 디젤엔진이라는 것이 한국 소비자의 성정에 참으로 잘 맞는다고 생각된다.

자동차라는 것이 적어도 수천만을 지불해야하는 상품인 만큼, 일상 소비재와는 달리 사치품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판매량 자체는 일상소비재에 가깝지만, 금액이 적지 않으므로 사치품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다. 이는 매월 발표되는 자동차판매량을 보더라도 명백하다. 중형차 소나타와 준대형차 그랜저가 항상 최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다. 중형차, 준대형차가 이미 국민차가 되어버렸다. 가족들을 태우려면, 누군가를 태우려면 적어도 중형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이미 일반적이다. '친구가 요새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을 때 그랜저로 대답했다'는 광고 카피처럼 생활에 약간의 '뽀대'를 더하려면 준대형은 되어야 한다는 생각 또한 일반적이다. 정작 각종 경기지표나 부동산 시세 등은 경기상황이 좋지않음을 나타내고 있는데, 희한하게도 자동차 판매량은 이와 무관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랜저라는 차가 의미하는 바는...자동차가 명백히 사치품이라는 것이다. 즉, 자동차는 소비자의 "과시욕" 을 충족시켜 준다는 것이다. 과거 들은 바로는 차값을 떼먹고 잠적한 차주가 가장 많은 차량이 그랜저라는 얘기까지 있었다. 어차피 비싼 물건인 자동차...살 때는 내 만족 뿐만 아니라 남의 시선까지 고려한다는 점이 명백하다.
이 "과시욕" 이 약간 왜곡된 형태로 발현되어 인기를 얻은 차종이 SUV (Sports Utility Vehicle)이다. SUV는 이름에서만 스포츠를 강조할 뿐, 최근의 아웃도어 레저열풍 이전까지는 거의 도심형 이동수단으로서의 구실만 해왔다. 많은 짐을 실을 수도 없는 준중형 SUV들이 인기를 얻었던 점을 근거로 생각해 볼 때, SUV가 짐차로서의 기능적인 이유때문에 인기를 얻었던 것은 아니다. 이 SUV의 가장 큰 매력은 '승용차를 내려다본다'는 점과 (실제로 튼튼한지의 여부와 무관하게) '튼튼할 것 같다'는 이미지이다. 차고가 높고 차체가 커서 SUV를 타면 자연스레 승용차를 내려다보게 된다. 차고가 높으니 시야확보에도 유리하다. 차급을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동일시하는 "과시욕'을 지닌 소비자의 특성을 지닌 운전자에게 SUV는 물리적인 착좌점을 올려줌으로써 운전자의 위치를 높여주는 수단이다. 그리고, 과거 쌍용에서 생산되던 지프를 통해 국민들의 집단무의식에 형성된 '튼튼하다'는 이미지, 지프라면 너도나도 달고 다니던 위협적인 캥거루 범퍼로 상징되는 '튼튼하다'는 이미지는 승용차와 들이받았을 경우, 상대방은 빈대떡이 되어도 나는 말짱할 것이라는 '이기심'까지 만족시켜 준다. 여기에다가 그 무엇보다도 낮은 알피엠부터 토크가 발휘되는 디젤엔진의 특성이 따라 가솔린 승용차들을 제치고 '폭풍질주'까지 가능하니 SUV는 운전자의 "과시욕"을 만족시키는데 있어서 최고의 선택이다. 심지어 디젤은 기름값이 가솔린보다 좀 더 저렴하고 연비가 좀 더 좋다.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는 "과시욕"이 발현되는데 있어서 현실적으로 가장 큰 장애물이 '유지비용'인데, 디젤은 기름값까지 줄여준다. 아! 디젤엔진을 장착한 SUV는 진정 많이 팔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시장에서 디젤엔진을 장착한 SUV의 인기가 치솟는 와중에, 수입차 중에서는 디젤승용의 인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무려 기술 선진국 독일이 낳은, 자동차계의 명품, BMW의 승용차들이 디젤엔진을 달고 나타난 것이다. BMW이기 때문에 굳이 다른 차량들은 내려다보지 않아도, 바람개비 마크가 달린 스티어링 휠을 잡고만 있어도 "과시욕"은 이미 만족된다. 오히려 짐차의 이미지를 지닌 SUV에는 부족한 고급스러움이 승용이라는 점을 통해 채워진다. 디젤엔진이니 잘 달리고, 기름값이 절약된다. 아! BMW의 디젤세단 또한 진정 많이 팔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디젤엔진. 한번 동력계통에 고장이 발생하면 수리비가 엄청나게 든다고도 하지만...기름값이 절약되는 동시에, 밟자마자 내달리는 차량의 엔진으로서는 현재까지 디젤엔진이 최적화된 답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과시욕을 채워온 자동차 역사의 전승자이자, 무엇보다도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성급함을 도로에서 채워주는 엔진으로서 디젤의 인기는 필연적이다. 진정,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정에 딱 들어맞는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디젤엔진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소음과 진동이 심해지고, 혹시라도 고장나면 수리비가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경제성이라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견해도 있는데, 이런 견해가 무시되는 것에서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정이 잘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깊이 따져보고 멀리 내다보려고 하지 않는 점이다. 나한테만 그런 일이 안 일어나면 되고, 나한테는 그런 일이 안 생길 것 같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팔아버리겠다는 생각. 감정적인고 즉흥적인 면은 때론 상상 이상의 거대한 힘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유행에 휩쓸려 현명한 생각을 막아버리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자동차도 상품이다. 그리고, 일종의 사치품이다. 따라서,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사람들의 성정과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