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국민가수"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많은 참가자들이 부른 많은 노래들 중에서 김동현이라는 참가자가 부른 부활의 '비밀'이라는 곡이 귀에 쏙 들어왔다.
비밀이라는 곡은 부활의 리더 김태원씨가 인기있는 아이돌에게 부르게 하자는 주변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그룹을 박차고 나간 박완규씨를 다시 품어주면서 부르도록 했던 곡이라는 배경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 숯불 닭갈비집에서 숯불을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김동현씨의 사연과 더불어... 곡 앞 부분의 "비밀처럼 계절이 흘러 / 상처들이 아물어 가면 / 설레이던 너는 / 설레이던 너는 / 한 편의 시가 되고..." 라는 대목의 가사와 조화를 이루는 맑고 고운 목소리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때때로 잘 아는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너무나 익숙한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너무나 뻔한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어느날 노래의 무언가가 조금 달라지거나 혹은 내가 조금 달라져서 노래가 갑자기 가까이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김동현씨가 부르는 비밀이라는 노래를 통해 그런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 비슷한 경험을 또 하게 되었는데, 출퇴근 시간에 자주 듣는 핸드폰 속 플레이 리스트 중의 하나인 '에클레시아여 영원히'라는 곡이 그러했다.
에클레시아여 영원히
이제 우리는 하나 어떤 어려움에도
험한 세상의 고통이 우릴 흔들어도
이제 우리는 하나 우리 나누던 시간
우리 마음 속에 간절한 주님의 사랑
우리 마음을 모아 우리 영혼을 담아
저기 하늘까지 들리게 노래할 때마다
가슴 속에 흐르는 예수님의 사랑이
멀리 멀리 퍼져 나아가 온 세상 뜨겁게 했죠
아직도 그대로지요 변함없는 그 기쁨 그 설레임
그 사랑 우리 노래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거예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말아요
주님 사랑하는 그 마음은
우린 하나잖아요 주 사랑 안에서
에클레시아여 영원히
'에클레시아(ἐκκλησία)'는 교회를 가리키는 헬라어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인식하는 '교회'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사도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초대교회'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겠지만, 예수님께서 '교회'를 말씀하셨을 때는 초대교회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 존재하는 모든 시대의 모든 지역의 교회를 가리켜 말씀하셨을 것으로 이해된다.
노래의 첫 부분은 초대교회의 교인들이 노래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제"는 오순절에 성령이 임하심으로 말미암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 전파되고 교회 공동체가 세워지는 때이다.
(사도행전 2:38-41)
38 베드로가 이르되 너희가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사함을 받으라 그리하면 성령의 선물을 받으리니
39 이 약속은 너희와 너희 자녀와 모든 먼 데 사람 곧 주 우리 하나님이 얼마든지 부르시는 자들에게 하신 것이라 하고
40 또 여러 말로 확증하며 권하여 이르되 너희가 이 패역한 세대에서 구원을 받으라 하니
41 그 말을 받은 사람들은 세례를 받으매 이 날에 신도의 수가 삼천이나 더하더라
"우리는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체를 이루었음을 가리킨다. 이 공동체는 말 그대로 '믿음과 사랑이 충만하고 가진 것을 나누며 서로 돌보는 뜨거운' 공동체였다.
(사도행전 2:42-45)
42 그들이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오로지 기도하기를 힘쓰니라
43 사람마다 두려워하는데 사도들로 말미암아 기사와 표적이 많이 나타나니
44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45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
"어떤 어려움에도 / 험한 세상의 고통이 우릴 흔들어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전파한다는 이유로 핍박을 당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초대교회의 사도들은 빈번하게 공회 앞에 끌려가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히거나 채찍질을 당했고, 초대교회의 집사 스데반은 돌에 맞아 순교했다.
(사도행전 4:1-3)
1 사도들이 백성에게 말할 때에 제사장들과 성전 맡은 자와 사두개인들이 이르러
2 예수 안에 죽은 자의 부활이 있다고 백성을 가르치고 전함을 싫어하여
3 그들을 잡으매 날이 이미 저물었으므로 이튿날까지 가두었으나
(사도행전 5:17-18)
17 대제사장과 그와 함께 있는 사람 즉 사두개인의 당파가 다 마음에 시기가 가득하여 일어나서
18 사도들을 잡아다가 옥에 가두었더니
(사도행전 5:40)
40 그들이 옳게 여겨 사도들을 불러들여 채찍질하며 예수의 이름으로 말하는 것을 금하고 놓으니
(사도행전 6:10-12)
10 스데반이 지혜와 성령으로 말함을 그들이 능히 당하지 못하여
11 사람들을 매수하여 말하게 하되 이 사람이 모세와 하나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것을 우리가 들었노라 하게 하고
12 백성과 장로와 서기관들을 충동시켜 와서 잡아가지고 공회에 이르러
(사도행전 7:57-59)
57 그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고 일제히 그에게 달려들어
58 성 밖으로 내치고 돌로 칠새 증인들이 옷을 벗어 사울이라 하는 청년의 발 앞에 두니라
59 그들이 돌로 스데반을 치니 스데반이 부르짖어 이르되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하고
"우리 나누던 시간"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더욱 더 '우리'로서 하나가 되었음을 가리킨다.
(사도행전 2:46-47)
46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47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
"우리 마음 속에 간절한 주님의 사랑"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전파한다는 이유로 핍박을 당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기도는 더욱 뜨거워졌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은 더욱 간절해졌음을 나타낸다.
(사도행전 4:23-30)
23 사도들이 놓이매 그 동료에게 가서 제사장들과 장로들의 말을 다 알리니
24 그들이 듣고 한마음으로 하나님께 소리를 높여 이르되 대주재여 천지와 바다와 그 가운데 만물을 지은 이시요
25 또 주의 종 우리 조상 다윗의 입을 통하여 성령으로 말씀하시기를 어찌하여 열방이 분노하며 족속들이 허사를 경영하였는고
26 세상의 군왕들이 나서며 관리들이 함께 모여 주와 그의 그리스도를 대적하도다 하신 이로소이다
27 과연 헤롯과 본디오 빌라도는 이방인과 이스라엘 백성과 합세하여 하나님께서 기름 부으신 거룩한 종 예수를 거슬러
28 하나님의 권능과 뜻대로 이루려고 예정하신 그것을 행하려고 이 성에 모였나이다
29 주여 이제도 그들의 위협함을 굽어보시옵고 또 종들로 하여금 담대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게 하여 주시오며
30 손을 내밀어 병을 낫게 하시옵고 표적과 기사가 거룩한 종 예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하더라
"우리 마음을 모아 우리 영혼을 담아 / 저기 하늘까지 들리게 노래할 때마다"는 성도들의 기도가 하늘까지 들려졌고, 그 기도가 응답받았음을 나타낸다.
(사도행전 4:31)
31 빌기를 다하매 모인 곳이 진동하더니 무리가 다 성령이 충만하여 담대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니라
"가슴 속에 흐르는 예수님의 사랑이"는 성도들이 성령의 충만함으로 서로 간에 사랑이 넘쳤음을 가리킨다.
(사도행전 4:32-35)
32 믿는 무리가 한마음과 한 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자기 재물을 조금이라도 자기 것이라 하는 이가 하나도 없더라
33 사도들이 큰 권능으로 주 예수의 부활을 증언하니 무리가 큰 은혜를 받아
34 그 중에 가난한 사람이 없으니 이는 밭과 집 있는 자는 팔아 그 판 것의 값을 가져다가
35 사도들의 발 앞에 두매 그들이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누어 줌이라
"멀리 멀리 퍼져 나아가 온 세상 뜨겁게 했죠"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이 세상에 널리 퍼졌음을 나타낸다.
(사도행전 8:4-8)
4 그 흩어진 사람들이 두루 다니며 복음의 말씀을 전할새
5 빌립이 사마리아 성에 내려가 그리스도를 백성에게 전파하니
6 무리가 빌립의 말도 듣고 행하는 표적도 보고 한마음으로 그가 하는 말을 따르더라
7 많은 사람에게 붙었던 더러운 귀신들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나가고 또 많은 중풍병자와 못 걷는 사람이 나으니
8 그 성에 큰 기쁨이 있더라
"아직도 그대로지요 변함없는 그 기쁨 그 설레임 / 그 사랑 우리 노래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거예요"는 이 시대의 교인들이 멀게는 초대교회의 교인들을 바라보며, 가깝게는 믿음의 부모를 포함한 앞 세대를 바라보며 노래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온갖 고난을 겪고서도 믿음을 지켜낸 초대교회의 교인들과 믿음의 선배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내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기쁨과 설레임, 그리고 사랑이 아직도 동일하게 남아서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를 전파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초대교회부터 지금까지 믿음이 이어졌듯이 앞으로 영원히 믿음이 이어질 것을 확신한다. 이 믿음은 그저 입술로만 말하는 믿음이 아니라 설혹 이 시대에 초대교회와 같은 고난을 겪더라도 꺽이지 않고 변함없이 이어져 앞으로도 살아 숨 쉴 믿음임을 선포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말아요 / 주님 사랑하는 그 마음은"은 이 시대의 교인들이 미래 세대의 교인들을 바라보며 전하는 말로 생각할 수 있다.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 주님을 찬양하는 믿음은 초대교회부터 지금까지 이 땅에서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바램이자 당부인 것이다.
"우린 하나잖아요 주 사랑 안에서 / 에클레시아여 영원히"어떤 고난을 겪더라도, 어떤 시대를 살아가더라도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피흘려 죽으심으로 구속하여 살리신 믿음의 백성들은 동일한 구주의 은혜를 입고 동일한 사랑에 감사하는 하나님의 백성들인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이 땅에서는 하나님을 경배하는 찬양이 끊이지 않을 것이며,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믿음과 감사가 끊이지 않을 것이며, 성령님의 일하심이 끊이지 않고 영원할 것을 기대하며 찬양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들의 모임인 에클레시아는 이 땅부터 하늘까지 이어져 영원할 것을 다짐한다.
확진자 한 명으로 인해 지금까지 사람들이 의지해 온 '교회에서의 예배'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예배 모임의 장소로서 교회가 폐쇄되고, 또한 성도들의 신앙이 무너져가는 것을 보면서... 안일하게만 생각해 온 '신앙생활'의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를 느낀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에클레시아는 영원히 계속되어야 하고, 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이것은 몹시 게으르고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한 낙관적이기만 한 생각이다. 정확하게, 그래서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 땅에서 믿음은 점차 소멸되어 가고 있다.
(누가복음 18:8)
8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속히 그 원한을 풀어 주시리라 그러나 인자가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 하시니라
이 시대 속에 서있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저 소박하게...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에클레시아로서 믿음을 갖고 살아갈 것을 새삼 다짐해본다.
'코로나19'라는 단어가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린 세상을 살아가던 어느날...
"에클레시아여 영원히"라는 곡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렇게, 비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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