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 잠깐 스쳐가는 말씀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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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한 조각

불혹 (2)

아리마대 사람 2024. 2. 10. 17:31

오늘은 2024년 2월 10일 토요일.

음력으로 정월 첫날인 '설날'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명절로서 한 해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한 해의 첫 날이자 어떻게든 나이 먹기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양력에 이어 음력 새해 첫날을 맞이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한살 더 먹게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날이다. 나이를 세는 규정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이미 오랜동안 길들여진 달력을 기준으로 '한 살 더 먹게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 작가 노신은 <어 허허허허>라는 글에서 참된 말을 하는 일의 어려움을 비유했다고 한다.

어느 부잣집에 아들이 태어났다. 한 달이 차면 '만월'이라고 부르는 큰 잔치를 여는데, 이날 방문한 축하객들이 덕담을 하였다.

첫 번째 사람이 말했다. "이 아이는 큰 부자가 되겠는데요."

두 번째 사람이 말했다.  "이 아이는 높은 벼슬을 하겠는데요."

세 번째 사람이 말했다.  "이 아이는 반드시 죽을 것입니다."

앞의 두 사람은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으나, 세 번째 사람은 죽도록 맞았다.

거짓말을 한 것일 수 있는 두 사람은 대접을 받았고, 분명히 참된 말을 한 사람은 얻어맞은 것이었다.

 

'한 살 더 먹게 되었다'는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 불편할 수 있다.

불편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라는 점이 더욱 불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록 불편하더라도... 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앞에 마주 서서 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과 마주 바라볼 수밖에 없다. 과연 어떤 마음가짐으로 서서 바라보아야 할까?

 

세배를 드릴래요. 무릎을 끓고 세배를 드릴래요. 옛날 어릴 적 그 마음으로 세배를 드릴래요.

그러나 동전을 던져주시지 마십시오. 그보다는 못난 이 자식들에게 용기를 주십시오.

어떻게 한 해를 살까. 그것을 가르쳐주십시오.

땅굴을 파며 두더지처럼 비굴하게 살지 않으려면,

그래서 광명한 햇빛이 비껴 흐르는 그 벌판에서 기를 펴고 살려면 어떤 용기가 필요한가를,

그것을 가르쳐주십시오.
많은 세월을 살아온 당신들의 슬기를, 우리에게도 나눠 주십시오.

추악한 주름살만이 늘어가는 그런 세월이 아니라

말갛게 말갛게 씻겨 이제는 파란 이끼가 끼는 바위처럼 의젓하게 나이를 먹는 슬기를 귀띔해 주세요.


이어령 교수님의 <세배를 드리는 이 아침에> 중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히는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마음가짐을 가르쳐 주는 것 같다. 나이를 먹어간다고 해서 추악한 주름살만 늘어난 겉모습과 세상과 타협하고 길들여져 비굴함만 키운 속모습을 지닌 땅굴 속 두더지처럼 살지 말고, 파란 이끼가 낀 말간 바위처럼 나이값을 하며 밝은 햇볕 쏟아지는 벌판을 힘차게 딛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고린도후서 4장 16잘의 성경말씀을 시나 산문으로 풀어쓴다면 위와 같은 글이 아닐까 싶다.

 

(고린도후서 4:16)
16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그래, 한 살 더 먹고 그만큼 겉사람은 낡아지게 되었다.

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앞에 똑바로 서서 새로 맞이하는 나이를 헤아려 본다.

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그 의미를 생각해 본다.

명백히 겉사람은 낡아지고 있다.

무슨 뜻이냐면, 이 세상에 마지막 숨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을 딛고 서있을 시간이 좀 더 줄어들었음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은 시간들을 좀 더 밀도있게 살아야 함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 세상에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더 깊이 알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언젠가 썼던 글에서 생각해 본 바와 같이 내가 서 있는 나이를 떠올려 본다.

공자는 자신의 일생을 통해 학문이 심화된 과정을 떠올리고 나이에 대한 명칭을 부여했다고 한다.

"나는 열 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섰으며,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았고, 쉰 살에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 살에 귀가 순했고, 일흔 살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랐지만 법도에 넘지 않았다."

그리스도인은 더 중요한 과정을 생각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은 믿음의 과정, 영혼의 구원의 과정이다.

 

(베드로전서 1:9)
9 믿음의 결국 곧 영혼의 구원을 받음이라

 

그래서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15세 - 지학(志學) · · ·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예수님을 아는 일에 뜻을 둔다는 뜻이다. 

30세 - 이립(而立)  · · · 자신과 가족의 영혼의 구원이라는 인생의 목표를 세운다는 뜻이다.

40세 - 불혹(不惑)  · · ·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삼고 살아감으로써 세상의 가치관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50세 - 지천명(知天命)  · · · 이 세상에 나를 보내시고 나를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안다는 말이다.

60세 - 이순(耳順)  · · · 하나님의 뜻을 알 뿐만 아니라 사사로운 욕심에 얽매이지 않고 말씀대로  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70세 - 종심(從心)  · · · 말씀대로 행함으로써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음으로써 겉사람은 낡아지더라도...

이 땅에서 살아감에 따라, 말씀을 깨달아감에 따라, 하나님의 뜻을 알아감에 따라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면 좋겠다.

 

이제 2024년 2월 10일 토요일, '설날'이 저물어간다.

그리고 나는 한 살을 더 먹는다.

세상과 타협하고 세상에 길들여져 추악한 불순종과 죄악의 주름살만이 늘어가는 그런 세월의 흔적이 아니라...

지혜를 주시기를... 나의 어리석음을 꾸짖지 아니하시고 지혜를 후히 주시는 하나님께 구한다.

 

(야고보서 1:5)
5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로 말갛게 말갛게 씻겨져서 나이를 먹을 수록 성결과 화평과 관용과 양순과 긍휼과 선한 열매가 날로 파란 이끼처럼 덮여가는 바위가 되어 의젓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게 해주시기를...

 

(야고보서 3:17-18)
17 오직 위로부터 난 지혜는 첫째 성결하고 다음에 화평하고 관용하고 양순하며 긍휼과 선한 열매가 가득하고 편견과 거짓이 없나니
18 화평하게 하는 자들은 화평으로 심어 의의 열매를 거두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