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 잠깐 스쳐가는 말씀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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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한 조각

학생은 공부를, 그리스도인은...

아리마대 사람 2024. 11. 17. 23:22

추수감사주일을 맞이하여 교회 학생부 아이들과 점심식사를 했다.
중고등학생들과 식사를 하다보니... 의도적이지 않게, 진심으로 유감스럽게도, 식사 중에 참으로 미안하게도...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공부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어릴 적 '전설의 고향'이라는 드라마에서 그 유명한 '내 다리 내놔'가 유명했던 때에 친구들과 나누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느 학교에 항상 2등만 하는 아이가 있었다. 늘 전교 1등 하는 아이와 같은 반이 되어서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도 반에서 2등, 전교에서도 2등밖에 할 수 없었다. 전학을 가도 새로운 학교의 전교 1등하는 아이와 같은 반이 되는 것이었다.
어느 날, 시험을 앞두고 독서실을 나오는 길에 지나가던 도사가 장사를 지낸지 3일이 지나지 않은 시체의 다리를 잘라서 가져 오면 1등을 하는 비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아이는 한밤중에 묘지로 가서 낫으로 시체의 다리를 뚝 잘라서 도사에게 가져다 준다. 도사는 시험이 끝나는 날 저녁, 독서실에 아무도 없을 때 혼자만 열어보라고 말하면서 주머니 하나를 준다. 
시험을 마친 날 저녁, 아이가 주머니를 열었을 때 쪽지 한 장이 들어있었고, 이렇게 쓰여있었다.
"국영수를 중심으로 예습·복습을 철저히 할 것"
 
학생부 아이들은 그게 뭐냐면서 피식 웃었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지만, 특별한 방법이 없으니... 기껏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예습과 복습의 중요성 정도였다. 대학에 입학한 후 전공과목을 배우면서 뒤늦게 공부가 재미있게 느껴졌을 때, 쉬는 시간에 5분씩 예습과 복습을 했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학생은... 지겹지만 공부를 해야 한다. 벗어나고 싶지만 공부를 해야 한다. 하기 싫지만 공부를 해야 한다.
학생이기 때문이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두뇌활동이 활발하고, 가장 건강하고, 가장 호기심이 많은 때,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가 안돼서 우울할 땐 공부를 하면 된다"라는 명언도 나오지 않았는가. 청소년기는 공부해야 할 때이며, 이 때에는 학생이라는 신분을 피할 수가 없다.
물론, 여기서 공부라는 것은 학교의 교과목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취미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배움과 탐구를 말한다. 다양한 활동이 공부로 인정받는 시대가 되어 더욱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게 된 점은 참 다행이다.
아무튼 공부에 적합한 청소년기에 배움을 얻는 일은 인생을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데에 몹시 중요하다.
아, 나이들어서 공부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무척 어렵다...
 
이렇게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 "꼰대"가 되어 이야기를 하고 돌아서니...
그럼 나의 신분과 그에 따라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나의 "정체성"에 관해서도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학생은 학교에 가서 학교에서 시간을 쓰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따라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른다.
직장인들은 직장에 가서 직장에서 시간을 쓰고, 직장에서 배운 업무를 따라 회사일을 한다.
군인은 군대에 가서 군대에서 시간을 쓰고, 군대에서 배운 훈련내용을 따라 전투에서 참여한다.
운동선수는 운동장에 가서 운동장에서 시간을 쓰고, 코치에게서 배운 전략을 따라 경기에 참여한다.
그렇다면 나의 정체성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무엇이 되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지금보다 어렸을 때, 젊었을 때는 몰랐지만...
이제서야 깨닫는 것은 내가 가장 앞세워야 할 나의 정체성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이다.
나이듦에 따라 이전의 신분이나 호칭을 하나씩 벗어버리고 난 뒤에 결국 내게 남아있을 나의 신분이자 호칭이기 때문이다.
다른 신분, 직업과 마찬가지로 생각해 보면...
그리스도인이니까 그리스도께 가서 그리스도에게 시간을 쓰고, 그리스도에게서 배운 가르침을 따라 세상살이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무엇일까?
'그리스도인'이라는 단어는 안디옥교회의 바나바와 바울 일행에게 최초로 사용된 호칭이다.
 
(사도행전 11:25-26) 
25 바나바가 사울을 찾으러 다소에 가서
26 만나매 안디옥에 데리고 와서 둘이 교회에 일 년간 모여 있어 큰 무리를 가르쳤고 제자들이 안디옥에서 비로소 그리스도인이라 일컬음을 받게 되었더라
 
그들이 어떠했길래 '그리스도인'이라는 호칭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
이 호칭이 생겨나기까지의 그들의 행적을 통해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 "그리스도인" 바울
바울을 통해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사도행전 9:18-22)
18 즉시 사울의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벗어져 다시 보게 된지라 일어나 세례를 받고
19 음식을 먹으매 강건하여지니라 사울이 다메섹에 있는 제자들과 함께 며칠 있을새
20 즉시로 각 회당에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전파하니
21 듣는 사람이 다 놀라 말하되 이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을 멸하려던 자가 아니냐 여기 온 것도 그들을 결박하여 대제사장들에게 끌어 가고자 함이 아니냐 하더라
22 사울은 힘을 더 얻어 예수를 그리스도라 증언하여 다메섹에 사는 유대인들을 당혹하게 하니라
 
(사도행전 9:26-30)
26 사울이 예루살렘에 가서 제자들을 사귀고자 하나 다 두려워하여 그가 제자 됨을 믿지 아니하니
27 바나바가 데리고 사도들에게 가서 그가 길에서 어떻게 주를 보았는지와 주께서 그에게 말씀하신 일과 다메섹에서 그가 어떻게 예수의 이름으로 담대히 말하였는지를 전하니라
28 사울이 제자들과 함께 있어 예루살렘에 출입하며
29 또 주 예수의 이름으로 담대히 말하고 헬라파 유대인들과 함께 말하며 변론하니 그 사람들이 죽이려고 힘쓰거늘
30 형제들이 알고 가이사랴로 데리고 내려가서 다소로 보내니라
 
바울은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전파"했고, "예수를 그리스도라 증언"했다. 또한 "예수의 이름으로 담대히 말"하였다.
 
■ "그리스도인" 바나바
바나바를 통해 그리스도인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사도행전 11:22-24)
22 예루살렘 교회가 이 사람들의 소문을 듣고 바나바를 안디옥까지 보내니
23 그가 이르러 하나님의 은혜를 보고 기뻐하여 모든 사람에게 굳건한 마음으로 주와 함께 머물러 있으라 권하니
24 바나바는 착한 사람이요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이라 이에 큰 무리가 주께 더하여지더라
 
바나바는 "하나님의 은혜를 보고 기뻐하며" "굳건한 마음으로 주와 함께 머물러 있으라 권"했다. 또한 그는 "착한 사람"이었으며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이었다.
 
■ "그리스도인"
안디옥교회에 이르기까지 바나바와 바울의 활동을 통해 '그리스도인'이라는 호칭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전파"하고, "예수를 그리스도라 증언"한다. 또한 "예수의 이름으로 담대히 말"한다. 이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보고 기뻐하며, 굳건한 마음으로 주와 함께 머물러 있으라 권"한다. 그리고 "착하고,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이다.
 
청소년들은 학생으로서 배우고 익히며 삶의 준비를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은 착하고,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으로서 하나님의 은혜를 보고 기뻐하며, 굳건하게 그리스도와 함께 머물러 살면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그리스도이심을 담대하게 증언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학생답게 살 것을 권한다면, 나 자신 또한 그리스도인답게 살아야만 할 것이다.
아이들이 학생답지 못하고 어긋날 때 안타까움을 느낀다면, 나 자신 또한 반드시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공부가 안돼서 우울할 땐 공부를 하면 된다"는 조언이 있다면...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지 못해서 우울할 땐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라 살면 된다"는 조언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새로 맞이하는 월요일부터는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좀 더 나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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